김종천 원로교무
김종천 원로교무

[원불교신문=김종천 원로교무] 1929년 8월 2일 네덜란드 옴멘 야영대회가 막을 올렸다. 이튿날 아침, 이 조직을 리드하던 프랑스 여인 베싼트 여사도 참석한 자리에서, 3천 명이 넘는 별의 회원들을 앞에 놓고 또 수만 명의 네덜란드 국민이 국영 라디오로 청취하고 있는 가운데, 크리슈나무르티는 ‘동방의 별의 교단’ 해체를 선언하는 연설을 했다. 그의 나이 34세였다. 그는 이 거대한 조직과 그와 관련된 부와 수십만 회원들을 해산해버리는 결단으로 연설을 한 것이다. 부처님들의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 사건 이상의 놀라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 연설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 아침 우리는 별의 교단 해체를 놓고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은 기뻐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슬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뻐하거나 슬퍼할 문제를 떠나서 이제 내가 설명하겠지만 하나의 피할 수 없는 귀결입니다. … 진리는 가는 길이 따로 있지 않다고 나는 단언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길, 어떤 종교, 어떤 종파로도 진리의 나라에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 어떤 길로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어떤 조직으로 만들 수도 없습니다. … 조직을 만든다 해도 어떤 특정한 길을 따라 사람들을 그쪽으로 인도하거나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 믿음은 순전히 한 개인의 문제이며 그것은 조직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 나는 어떤 추종자들도 원치 않습니다. … 나는 오직 한가지 가장 근본적인 일, 곧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다른 누군가가 여러분의 영적 상태와 여러분들이 영적으로 어느 만큼의 높이에 올라갔는가 점수 매겨 주는 데 익숙해져 왔습니다. 얼마나 유치한 일입니까! 자신이 얼마나 깨끗한가를 자신 말고 또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 나는 새장을 만들거나 그 새장에 새로운 장식들을 내 거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오로지 인간을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데 있습니다.”

참으로 경천동지할 용기요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용기다. 과연 크리슈나무르티요, 역시 크리슈나무르티다. 20세기에 서양에서 매스컴을 많이 탄 사람은 크리슈나무르티와 라즈니쉬다. 두 사람 다 인도인으로 세계 지성인들을 감동시켰다.

라즈니쉬를 ‘오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쇼’는 ‘화상(和尙)’의 일본어 발음이다. 화상은 수행을 많이 한 스님을 지칭하는데, 그는 결코 ‘화상’으로만 불릴 인물이 아니다. 그는 한 사람의 부처님이다. 그의 생애 후반기에 자신이 스스로 ‘화상’이라 낮춰 불렀다.

그는 1953년 3월 21일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그 후 많은 사람이 자기실현의 길을 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자주 “꽃은 향기를 나누어 주어야 하며 비구름은 비를 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여 년 강연하며 인도 전역을 여행했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침을 뱉고 돌과 신발을 던지고 심지어 칼까지 던졌다. 

인도의 전통 종교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독설은 보수적인 사람들을 뿌리부터 자극했다. 뿌나에서 강의를 하는 도중 힌두교 광신자 한 명이 그를 향해 칼을 던졌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지만 곧 무죄 방면되는 우스운 일도 생겼다. 그는 칼이 날라 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설을 중단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그 법설을 마쳤다. 그는 평생을 그렇게 평상심으로 살았다.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22년 1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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