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원로교무
김종천 원로교무

[원불교신문=김종천 원로교무] 1300년 원나라의 티베트불교 보호는 정점에 이른다. 원의 티베트불교 비호는 동시에 티베트불교가 타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라마들은 한족의 재산과 여성들을 빼앗아오기도 했다. 성(性)과 관련된 티베트 불교의 문제는 인도밀교(좌도밀교)의 영향으로 시작됐지만, 원나라를 거치면서 비윤리적인 측면까지 더해지게 됐다. 그와 같은 타락상은 이후 티베트불교 내부에서도 문제시 돼, 1409년 쫑카파(Tsongkapa,1357~1419)는 계율의 준수를 강조하며 개혁운동을 벌이고, 그 결과 겔룩파(황모파)가 만들어진다. 대대로 겔룩파 안에서 달라이 라마가 나오며, 이러한 전통은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14대 달라이 라마는 직책상 이름이고 그의 본명은 텐진 가쵸(Tenzin Gyatso)다. 그가 14대로 불리는 이유는 16세기부터 시작된 티베트 불교 겔룩파의 전통에 따라, 달라이 라마의 사후 그의 환생자를 찾아 후임 달라이 라마로 임명해왔기 때문이다. 무려 500여 년이나 계속된 겔룩파의 환생 전통이 수년 내로 단절될 수도 있게 됐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 모여 15대 선출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오래전부터 “환생자를 찾는 후계자 선정이라는 전통은 끝내야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해왔다. 자신의 열반 후 환생자를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지도자의 자리가 공석으로 있게 되고, 중국 정부의 개입 또한 믿지 못할 것이고, 또 찾았다 하더라도 그의 성장과 또 과연 새로운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민중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설 수 있을까하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500여 년의 전통을 자신의 당대에 끝낸다는 것은 온갖 수모도 감당해야만 한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텐진 가쵸는 “여기서 끝내도 된다!”라고 단호히 못을 박는다. 전통이란 것도 당면한 시대에 의미가 없다면 현실을 고려한 변화를 해야 할 것이다. 용기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90세가 되면 티베트 전통의 라마와 티베트 대중, 다른 관련자들과 상의해 달라이 라마 제도가 계속돼야 하는지 여부를 재평가 할 것이다”라고 말한 일이 있다. 그는 2019년 10월 25일 북인도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인도에는 환생 제도가 없다. 부처님이나 용수보살이 환생한 적이 없다. 나는 라마제도가 없던 인도의 불교제도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 과거의 제도와 관습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져야 함을 역설했다. “1969년 공식성명을 통해 이 제도가 계속돼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꼭 그렇지는 않다고 느낀다. 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 윤회를 이용하면서도 공부와 지혜에는 신경쓰지 않는 라마의 경우도 있었다.”

위대한 리더는 먼저 스스로에게 리더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충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모두들 변화를 목말라 한다. 조그만 일이지만 “한국불교도 법당 정문 출입금지는 왕정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정문을 개방하고 대중이 당당하게 부처님께 인사드리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학자도 있다. 왕조시대에 파생된 사찰예절로 불교는 아직도 조선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종의 기원』에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자가 살아남았다”고 했는데, 다윈의 그 말은 법문이 아닐 수가 없다.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22년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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