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광 명예교수
김혜광 명예교수

[원불교신문=김혜광 명예교수] 일반적으로 질이란 가치나 속성, 등급 따위의 총체를 의미한다. 왜 기업에서 생산량 못지않게 품질관리를 중시하는가 그 이유도 이해가 된다. 심지어 어느 대학에서는 졸업생들에게 졸업 후 사후관리를 해주겠다고 해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사람이나 교육의 질 관리는 제품 생산 그 이상으로 복잡다단하다. 일상수행의 요법 제7조, 제8조에서 ‘잘’(well)이라는 말은 공부의 질로 이어지는 과정을 시사한다. 잘 가르치고 배운다면 그것은 교육의 질로 치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비단 시설이나, 재화, 매체 등과 같은 물질적 조건만이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여기서 사람은 배우는 학생과 가르치는 사람을 의미한다. 더욱이 가르치는 교사의 질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곧잘 말한다. 그러나 교육의 질은 학생을 통해 확인된다. 잘 가르쳤다면 학생을 통해 그것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교육의 질을 판단하는 데 교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학생이다. 그런데도 교사에게 더 많은 짐을 지워주려는 것은 설사 학생이 부족해도 그것을 채워 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의 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요인에 좌지우지된다고 속단하기도 어렵다.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 관련 변인과의 상호작용 결과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비교무 교육의 질을 생각해보자. 흔히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나 교육과정이 잘 정비되면 교육의 질이 담보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물론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의 질이나 교육과정의 정비도 중요하다. 그러나 교수의 질, 교육과정의 정비 등은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데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에는 미흡하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데 교수와 교육과정 외에도 환경, 학생, 매개요인 등 많은 요인들이 상호작용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육받은 학생이 수학 후 교단에 진출해서 얼마나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을 확인한다면 비단 예비교무 교육기관 외에도 요인(인적 물적 환경, 인사, 조직건강도, 개인의 성취동기, 재교육 등)에 의한 상호 영향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물론 상당 기간을 종단적으로 추적해 확인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수행 정도를 평가하는 것 못지않게 복잡다단하다. 이렇듯 교육의 질을 확인한다면 그것은 개인은 물론 비단 교육기관의 책임 외에도 조직의 의사결정, 구성원의 삶의 질, 제도, 인사와 재무관리, 의사소통, 문화 등이 반영된 총화의 결과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개인과 교육기관의 노력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만일 교육기관에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학 후 진출한 교단에서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면 그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을까? 과연 교육의 질은 개인과 교육기관, 조직문화 가운데 누가 더 책임을 담지해야 하는가? 물론 선후 본말도 물을 수는 있다. 어떻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도자 한 사람의 결단으로 조직의 운명이 결정되는 폐쇄사회가 아니라면 조직 구성원들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노력에 의해 교육의 질을 담보해낼 수 있는 방향 설정이 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광대학교

[2022년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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