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종열) 교무
김종진(종열)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누구나 건강하고 싶지만 그 길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해 지혜로운 말들이 많지만 막연하고 이상적인 잔소리처럼 들린다. 사상의학의 건강관리법은 명확히 ‘균형’을 지향한다. 이제마는 건강 수준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수명을 예측했다. 또 질병의 치료에 반드시 생활 조리법을 강조했다. 건강 수준의 관리와 생활 조리법은 모두 자력에 의한 건강관리법이다. 급성 질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질적인 만성 질환은 반드시 자력으로 다스리며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제 그 길을 알아보자.

건강은 가장 먼저 마음의 균형에서 온다. 이제마는 마음 관리에서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감정을 발할 때 자신을 위해서보다 세상을 위해서 쓰라는 것이다. 같은 슬픔의 감정이라도 세상 사람들이 서로 속임을 슬퍼하면 폐가 튼튼해지고, 남이 자기를 속임을 슬퍼하면 신장을 상한다고 했다.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듯하나 이는 감정의 발현 속도와 지속성으로 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세상을 향한 슬픔은 대체로 완만한 속도로 일어나고 오래 지속된다. 맹자가 말한 인(仁)의 단서가 되는 측은지심이 바로 그것이다. 측은지심은 그냥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나와 세상이 소통하는 기의 확장 과정이다. 그래서 폐 기운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속아서 슬픈 것은 순간적으로 급격히 일어나는 감정이라서 장부 기운을 상하고 마는 것이다.

이제마는 각 체질마다 깊은 병증을 다룰 때는 항상 마음을 먼저 다스리며 약을 복용하라 했다. 젊은 나이에 깊이 든 몸의 병은 대개 마음 작용을 잘못하여 생긴 것이 근본 원인이라 보는 것이다. 이기적 마음은 기가 내 몸 안에 위축되어 머무르게 만든다. 기가 막힌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천지간에 가득 차 있는 넓고 큰 기운인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내 몸 안에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나의 감정이 세상을 향하도록, 세상과 소통하도록 해야 한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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