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영 교수
신효영 교수

[원불교신문=신효영 교수] 어느새 3월이 되었다. 3월은 각급 학교가 시작되고 또 봄이 시작되는 달이라서 뭔가 시작하는 느낌을 준다. 특히 올해는 새롭게 우리나라를 이끌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주어졌다. 후보들은 많은 공약을 내걸고 자신이 가장 잘할 것이라고 하지만 유권자 대다수가 원하는 답을 내놓은 사람은 없는 듯하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대통령 단임제를 만들고 선거를 시작한 이래 당선된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 재임 중의 일로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역대 대선의 당선자 중 50% 이상의 득표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투표율을 고려한다면 고작 유권자 31~35% 정도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이 정도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과 소신과 측근 그룹들의 의견으로만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나머지 유권자들의 생각과 반대 여론을 고려해 볼 때, 임기 후 칭송받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새 당선자에게 이런 것들을 바란다. 국민들은 과거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과거에 해왔던 것을 새로운 방향으로 확 바꾸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국가가 조용하고 국민이 평안하며 지도자의 새로운 비전에 따라 서서히 실행해나가는 것을 더 바란다. 전임자가 해온 것은 무조건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은 계승하고 더 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은 지속하길 바란다.

나를 지지하고 나의 공약에 지지를 보낸 사람들만이 아닌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들과도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와 지지자들이 앞에서 끌고 나머지가 뒤에서 따라오거나 밀어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지지자 그룹과 반대그룹이 수레의 두 바퀴를 만들어 좌우 균형을 맞추며 나아가야 하는 것이 진정한 국정운영이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 그러면 임기를 마칠 때, 많은 국민의 칭송이 자자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마침 유력 후보들이 모두 통합정부를 이야기했으니 이러한 바람이 꿈처럼 이뤄지는 대한민국의 새 미래를 기대해본다. 

지금 원불교의 큰 화두인 혁신의 방향에도 비슷한 바람을 가져본다. 다수의 교도는 지금까지 잘못된 점을 일일이 끄집어내고 급진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보다는 교단과 교도 개개인이 스스로 성찰하고 조금씩 변화를 시작하는 것을 더 바란다. 지금까지의 모든 제도나 관행들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그러한 제도나 관행의 배경과 이유를 찾아 분석해 변화와 개혁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길 바란다. 

주위의 다른 종단과 비교해 생각하기보다는 겨우 100년을 넘긴 교단으로서의 좌표와 5만년 대운의 비전을 지닌 교단으로 서두름없이 차근차근 개선해나갈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혁신은 재가와 출가가 함께 교단을 이끌어갈 계기를 마련하는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출가는 앞에서 끌고 재가가 뒤에서 밀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재가와 출가가 수레의 두 바퀴를 이뤄 함께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혁신의 근본이 돼야 함을 알기 바란다. 모든 일을 출가와 재가가 똑같이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전문성이 있는 일을 나눠 맡아 합심하며 일을 해내야 함을 알기 바란다. 교단의 각 기관과 여러 단체의 일은 재가 중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활용하면 일도 효율적이고 부족한 전무출신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참회문의 다음 구절을 받들어 혁신의 방향을 잡으면 좋겠다. “비하건대 큰 솥 가운데 끓는 물을 냉(冷)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위에다가 약간의 냉수만 갖다 붓고, 밑에서 타는 불을 그대로 둔즉 불의 힘은 강하고 냉수의 힘은 약하여 어느 때든지 그 물이 냉해지지 아니함과 같나니라.”

/전 서울교대 총장·역삼교당

[2022년 3월 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