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교장 / 한겨레중고등학교
이진희 교장 / 한겨레중고등학교

[원불교신문=이진희 교장] 학생생활지도부에 들락거리는 단골 학생들이 자주 듣는 꾸지람이 있다. “야 임마, 학생답게 행동해.” 다 큰 자녀를 둔 아내가 짧은 치마를 입고 외출을 하면 남편은 눈살을 찌푸리고 못마땅하게 바라보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당신이 아가씨인 줄 알아? 아줌마답게 옷 좀 입지?”

우리는 이렇게 일상에서 ‘○○답게’ 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부모답게, 아이답게, 사람답게’ 등. 그런데 우리 세상은 ‘답게’ 사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답게살겠습니다운동본부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답게 살아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답게’의 원조는 누구였을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는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중국의 공자이다. 제자인 자로는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시겠냐”고 묻는다. 공자는 “반드시 명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라고 답하였다. 이름을 바로잡겠다라는 의미이다. 그 이름(名)에 부합하는 실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없으니 그것을 있게끔 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냉소와 후보자 부인들의 비리 의혹까지 들춰지고 상호간의 네거티브 공세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후보 간의 날선 공방이 유난히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는 국민 통합과 화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노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주체는 
자신의 소명과 본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이제 국민은 국민답게,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행동할 때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만의 대통령이 결코 아니다. 그는 전 국민을 위해,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협치를 위해 더 낮은 자세로 공감과 소통을 바탕으로 직분에 따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자신이 지지한 인물이 낙선했다고 당선인을 폄하하거나 정책 반대만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의식은 가지되, 대승적 목표를 향해 함께 다가가는 긍정적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다. 

원기106년, 전서 사태로 사상 초유의 진통과 파란을 겪었던 우리 교단도 그간의 상흔에서 벗어나 새롭게 진영을 정비하고 교단의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 정부도, 원불교 교단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화두는 바로 쇄신과 개혁인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조직 내외의 환경에 부단히 적응하면서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흔히 사회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제도의 흠결과 시스템의 불완전함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만들고, 개선하고, 변화시키고, 지켜나가는 주체는 결국 사람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행위의 주체를 도외시한 채 주체가 만들어낸 산물만을 비판하면서 변화와 개선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그 주체는 자신의 소명과 본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니 우리 원불교 역시 ‘교도는 교도답게, 교무는 교무답게’ 그 맡은바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재가교도는 가정이나 일터 등 삶의 현장에서 우리 전서 개교의 동기에 나와있듯이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출가교도 역시 교화의 현장인 교당이나 기관에서 이를 깊이 성찰하고 그 해법을 발견하고자 노력함으로써 결국 모두 성불제중에 이르도록 힘써야 하지 않겠는가?

/한겨레중고등학교

[2022년 3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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