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대종사 조각 종이 한 장과 도막 연필 하나며 소소한 노끈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아니하시고 아껴 쓰시며, 말씀하시기를 “아무리 흔한 것이라도 아껴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빈천보를 받나니, 물이 세상에 흔한 것이나 까닭 없이 함부로 쓰는 사람은 후생에 물 귀한 곳에 몸을 받아 물 곤란을 보게 되는 과보가 있나니라.”

내가 어린이 법회에 다닐 때 교무님이 『대종경』 실시품 18장 말씀으로 설교를 해준 적이 있다. 많은 설교를 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이 법문과 설교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이유는 교무님이 몸소 이 법문을 실천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버려지는 양파망을 수세미로 사용하고, 쓸 곳이 남은 종이는 모아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거나 볼펜이나 풀 등 문구류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사용하는 모습 등이다. 어린 나에게도 그 모습은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도 교당에서 경험한 여러 가지 중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쓰레기가 넘쳐 나고 있다. 한 유튜버는 일주일 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를 자기 집에 모으는 실험을 했다. 실제로 모아진 엄청난 쓰레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걱정을 넘어 공포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 문제들의 심각성을 느끼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요즘 제로웨이스트나 업사이클 제품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사이클 또는 새활용이라는 것은 버려지는 물건들을 다시 살려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만드는 것인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나 사용했던 용기를 다시 새 물건을 담아가는 리필스테이션과 함께 한층 더 적극적으로 폐기물을 활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곳 중 플라스틱 병뚜껑을 색깔 별로 모아 빻아서 치약 짜개, 쟁반, 비누 받침 등을 만드는 ‘플라스틱 방앗간’은 그 디자인도 실용적이고 예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적인 브랜드 ‘프라이탁’은 버려지는 천막이나 자동차 덮개를 가방이나 지갑 등으로 재탄생 시키는데, 이미 10대와 20대 등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은 버려지는 마스크를 모아 스툴형 의자를 만들었는데 현재 어마어마하게 배출되는 마스크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생각을 모으고 뜻을 모으면 이것도 살려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홍보물로 1회성의 사용에 그치는 현수막을 튼튼한 로프로 재탄생시켜 외국에 수출까지 하는 기업도 있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 버려지는 블록으로 화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업사이클 재료를 활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 전문 작가들과 이를 전시하는 전용 전시장도 생겨 넘쳐 나는 쓰레기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어마어마하다.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하고, 만들지 않을 수 없다면 줄이고 다시 사용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말로만 외치는 환경보호, 기후 위기, 탄소중립은 이미 늦었다.

/강북교당

[2022년 3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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