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명 교도
박순명 교도

[원불교신문=박순명 교도] 망녕된 말은 이치와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다. 각산 신도형 종사는 이를 ‘때와 장소, 격에 맞지 않는 말, 근거 없는 유언비어나 불합리한 궤변’ 등 이라고 했다. 즉 명랑과 유머가 좋지만 그것도 예의와 믿음, 합리와 격에 맞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마상전급 수행자는 일부러 망녕된 말을 하는 경우보다, 상황에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실수하는 경우가 더 많을 듯하다. 나도 사람을 응대할 때 분위기를 녹일 수 있는 스몰토크 주제가 안 떠올라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또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의 경우 ‘어떻게 하면 호구조사를 하지 않고도 그의 마음을 열까? 오버하지 않고 편안하고 적절하게’를 고민한다.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이 부럽다. 

더욱이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망녕된 말’의 종류가 많아져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보다, 듣는 사람의 느낌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화자가 미리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서 그가 오해하거나 상처받을 내용을 걸러 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중 구체적으로 몇 가지를 생각해보자.

첫째, 성차별, 학력차별, 인종차별 등 차별적 말들이 있다. 회사에서 내가 운전을 했는데 남성 상사가 “나는 여자가 운전하는 차는 안 타는데”라고 한 적이 있다. 상사는 ‘운전자가 수고한다’는 뜻을 편하게 전한 것 같지만, 사실 성차별적으로 들리고 망녕된 말이다. 그냥 “수고한다” 정도면 충분하다. 

둘째, 사적인 정보를 캐묻는 것도 망녕된 말이다. 과거에는 상사가 부하와 가까워지려고 사는 곳, 부모님 정보, 이성친구 여부를 묻기도 했다. 지금은 그게 세심함이 아니라 불편함이 되어버렸다. 답하는 사람은 그 정보를 밝히는 게 부담스럽고, 소문이 될까 봐 걱정이다. 서로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부담이다.

셋째, 사회제도와 분위기상 주의해야 할 말도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부하가 연차휴가를 냈을 때 상사가 “왜 가냐”고 묻지 말라고 한다. 휴가는 권리이니 눈치주지 말라는 것이다. 상사의 질문은 “왜”이지만 부하는 “꼭 가야 되냐”고 듣는다. 필요한 회사 일정 챙기는 것 외에는 모두 망녕된 말이다.

넷째, 재미있는 화제를 삼으려고 하는 남의 이야기도 망녕된 말이다. 사람들은 참 남의 인생에 대해 말하기 좋아한다. 비방이 아니니 괜찮다 생각할 수 있지만 쓸데없고 부담스러운 말이다.

다섯째, 남의 인생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것도 망녕된 말이다. 나에게 친구가 육아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듣고 있는 내가 답답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고 나서 무척 괴로웠던 적이 있다. 친구는 고민을 털어놓은 것 뿐인데, 내가 육아전문가도 아니면서 간섭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다. 

대중들은 법마상전급을 믿고 따르며 상담도 한다. 그럴 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응대해야지, 오버하면 곧바로 망녕된 말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또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무엇이 망녕된 말인지를 민감하게 인지해야 한다. 

언어에는 힘이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말에 지혜를 담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

2. 말은 매양 처지와 장소와 때를 잘 살펴서 각각 그 경우에 망녕됨이 없게 할 것이요.

『예전』 통례편 제7장 언어와 응대 제2절 말하는 법


/김천교당

[2022년 5월 3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