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교무
김도현 교무

[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금강경』 6장에 여래가 열반한 뒤 ‘후500세(後五百歲)’에 청정한 믿음을 내는 중생이 있음을 말한다. ‘후500세’는 불교의 역사관 혹은 시대관이라 할 수 있다. 불교에는 정법, 상법, 말법 시대를 거쳐 다시 정법시대가 돌아오는 순환적 시대관이 있다. 물론 모든 불교의 종파가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정법(正法) 오백년, 상법(像法) 천년, 말법(末法) 일만년’으로 말하기도 하고, ‘정법 오백년, 상법 천년, 말법 천년’으로 2,500년으로 보기도 한다. 세간에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500년을 한 시대로, 다섯 시기를 설명하는 오오백년의 설명이 많이 알려졌다.

첫째는 해탈견고(解脫堅固) 시대다. 이 시기에는 불법이 흥성하고, 부처님의 깨달음이 잘 전해진다. 많은 수도인이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가고, 널리 중생들에게 이익을 준다. 둘째는 선정견고(禪定堅固) 시대다. 이 시기는 이전 5백 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해탈과 열반을 얻고자 하는 결심이 견고하다. 학불(學佛)의 분위기가 매우 진지하고 선정을 닦아 높은 경지에 오르는 사람이 많다. 셋째는 다문견고(多聞堅固) 시대다.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는 공부풍토가 많이 사라진다. 다만 학식이 풍부하고 견문이 넓음을 추앙해서 경전 공부에 힘을 쏟는 사람들이 많다. 넷째는 탑사견고(塔寺堅固) 시대다. 선정과 지혜를 닦는 수도자가 많지 않고, 탑과 사찰을 세우는 것으로 복전을 삼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마지막으로 투쟁견고(鬪諍堅固) 시대다. 계율을 무시하고 복을 짓지 않으며, 지혜를 연마하지 않는다.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서로 싸우기를 그치지 않고 불법이 자취를 감춘다.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정법·상법·말법의 기간은 다르지만, 이 다섯 가지 모습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깨달음이 정법시대에만 있고 상법과 말법시대에는 성불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깨달음이 널리 전해지는 정법시대는 그만큼 공부하기 좋은 시대이고, 말법시대는 그만큼 성불이 어렵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정산종사는 “옛날 영산회상이 열린 후 정법과 상법을 지내고 계법 시대에 들어와서 바른 도가 행하지 못하고 삿된 법이 세상에 편만하며 정신이 세력을 잃고 물질이 천하를 지배하여 생령의 고해가 날로 증심하였나니 이것이 곧 구주이신 대종사께서 다시 이 세상에 출현하시게 된 기연이다”(『정산종사 법어』 기연편 17장)라고 했다. 

원불교 교도는 소태산 대종사를 새로운 정법시대를 열어준 주세불로 받든다. 우리는 간편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으로 실지훈련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법시대를 만났다. 이 시기에 부처님의 혜명을 얻지 못하면 어느 생에 다시 기연을 만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공부하고 공부하자.

/영산선학대학교

[2022년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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