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태어날 때부터 허약한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를 선천의 정(精)이 부족하다고 한다. 반대로 어려서는 건강했는데 중년 이후 점점 약해지는 사람이 있다. 이는 후천의 정(精)을 잘 기르지 못한 본인의 책임이다. 선천의 정이나 후천의 정이 부족한 사람은 오래 건강하게 살기가 어렵다. 생명이 가진 에너지의 근원이 정(精)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선천의 정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DNA로 이해할 수 있다. 태어날 때 갖고 나온 유전정보가 허약한 몸을 만든 것이다. 후천의 정은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정미한 물질로 이해된다. 알부민, 필수지방산, 혹은 그보다 더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물질일 것이다. 정은 적절한 음식, 운동, 호흡을 통해 얻어진다.

그럼 정을 소모하는 일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흔히 어떤 일에 ‘정력을 쏟아붓는다’는 표현을 쓴다. 이러한 일이 바로 정력(精力)을 소모하는 일이다. 정신을 최대한 끌어내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쓸 수 있는 정(精)과 신(神)을 모두 풀가동하는 것이다. 

운동은 오히려 정을 축적시킨다. 마치 식물이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듯이, 사람은 운동과 음식 섭취를 통해서 정을 모은다. 그러나 정신을 쓰는 작업은 정을 소모하는 일이다. 이때 뇌에서 쓰는 에너지는 우리 몸 깊숙히 저장해놓은 정미한 에너지원을 쓰는 일이다.

물론 성교도 정을 소모하는 일이다. 영양 측면에서 보면 성교를 통해 소모하는 양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성교 때의 흥분 후 몸이 탈진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몸 깊숙이 간직해놓은 소중한 에너지원을 써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적절한 성교는 건강에 좋다. 몸이 견디지 못할 정도의 과용이 문제일 뿐이다. 

기력이 몹시 쇠잔해진 사람 중에는 정허증(精虛證)으로 진단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분들의 치료는 정신노동과 성교의 적절한 관리가 우선이다. 정의 소모를 줄여놓고 보약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받은 수명을 다할 수 있다.

[2022년 5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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