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올해 1회로 열린 현대미술 전시회인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술전시행사다. ‘통영; 섬.바람’ 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통영의 많은 섬들 곳곳과 통영시 전체를 미술관 삼아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통영은 시의 면적과 인구수에 비해 많은 예술가를 탄생시킨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곳곳에 예술의 흔적이 숨어있고 그걸 찾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또한 이미 통영국제음악제를 해마다 성공리에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서 다양한 현대작품을 전시하는 트리엔날레를 올해 기점으로 시작한 것이다. 

많은 작가들의 전시와 함께 예술적 실험을 통한 전시도 있었는데 특히 눈에 띄는 작업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섬연계전’이다. 이것은 여러 아티스트들의 지원을 받아 통영의 섬에 한 달 정도 체류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섬의 지역민과 함께 예술작업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다. 섬이 가진 고유의 지역색에 아티스트의 예술성과 창의성이 더해져 새로운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섬 주민과 시민, 학생들, 그리고 작가들이 작은 조각보에 마음을 담고 이어서 하나의 기념비를 만들고, 이 기념비는 바다와 이어진 우리의 생명과 생태를 느끼는 장소가 되는 형식이다. 

다소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는 현대미술을 지역민들과 아티스트들이 함께 만들고 즐기고 감상하는 것인데, 참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됐다. 이처럼 예술이 삶속에 녹아드는 것, 이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이다. 

20세기의 위대한 바이올리스트로 불리는 예후디 메뉴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사회에 대해 ‘낮에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이 밤에 사중주를 연주하는 그런 사회가 실현되기 바란다’ 고 했다. 

경제가 발전하면 문화도 함께 발전하지만 문화활동을 생활 속에서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확대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이 멀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보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누구나 감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창작자까지 되어보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꼭 필요하다. 

멀지 않은 과거에 ‘스포츠’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었다. 관중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는 것이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의 대부분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활체육이라고 해서 누구나 스포츠를 즐기는 시대가 됐다. 곳곳에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도 많아졌다. 

이와 같이 예술도 생활 속에 더 스며들었으면 한다. 음악과 미술 활동에 누구나 참여해 연주하고, 창작 활동을 원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이 사회가 가진 많은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지금 지역별로 이러한 공간이 많이 생기고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 생기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문화센터가 생겼다. 한발 더 나아가 공간을 대여해 직접 원하는 형태의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도 있고, 미디어센터라고 해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도 생기고 있다. 

창작의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생각만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주변 시설을 활용해 직접 창작자가 되어보길 권해본다. 

/강북교당

[2022년 5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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