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종열) 교무
김종진(종열)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쓴다. 열이 내리면 병은 치료가 된 것일까?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염증이 생기고 열이 나는데, 이 염증과 열은 바이러스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내 몸을 지키기 위해 생기는 현상일까? 전쟁에 비유해보자. 적군이 국경을 넘어 쳐들어오면 그 나라는 방어태세를 갖춘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온 병을 한의학에선 표병(겉부위에 생긴 병)이라 한다. 국경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병(속에 생긴 병)은 내란에 비유할 수 있다.

표병에 걸리면 우리 몸은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면역체계를 동원한다. 많은 면역세포들이 만들어지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곳으로 보내진다. 호흡기 바이러스라면 폐기관지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전투가 격렬해질수록 면역세포도 많이 보내지고 그만큼 대사작용이 활발해져야 하므로 체온을 올린다. 이 때 해열제를 쓰면 면역시스템은 위축된다. 우선은 열이 내려 편하지만 표병은 더 오래 간다.

암은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발열을 사전에 봉쇄한다. 체온이 높아져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다. 그래서 암환자는 대개 체온이 조금 낮은 편이다. 최근에야 이러한 현상을 알게 되어 온열요법을 쓰는 병원이 많아졌다.

한의학에선 표병에 해열제를 쓰지 않고 해표약을 쓴다. 해표약은 표병을 풀어주는 약이라는 뜻이다. 해표약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지만 모두 바이러스가 침입한 부위로 혈액 순환을 활발히 해주는 효능을 갖고 있다. 체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전투 부위에서 면역세포가 빠르게 활성화되도록 해준다. 해표약을 써서 열이 내리면 양약 해열제와 달리 표병이 근본적으로 낫는다. 

감기든 코로나든 발열에 해열제를 쓰는 것은 우리 몸을 존중하지 않는 치료법이다. 물론 발열이 너무 심해 2차적 위험이 걱정될 때는 잠시 해열제를 쓸 수 있다. 하지만 38도 정도의 발열이라면 해열제보다는 해표약이 좋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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