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항생제는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페니실린이 처음 발견된 20세기 초에는 ‘기적의 약’이라 불렸다. 많은 전염병의 원인으로 밝혀진 세균을 없애는 결정적인 약이었기 때문이다. 

페니실린은 세균이 세포벽을 만들지 못해 죽게 만든다. 이 작용 기전 때문에 생기는 피부발적, 담마진, 종창, 아나필락시스 등 부작용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내는 효과에 묻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항생제의 남용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항생제 과용이 일으키는 소화기계와 피부의 여러 가지 부작용 외에도 항생제 내성이 새로운 문제다.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대표적 예다. 항생제를 쓸 수 없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한의학에선 중세의 열성 전염병에 청열약을 많이 썼다. 페스트, 콜레라, 장티푸스 등 ‘온역’이라 불리웠던 중세의 전영병들은 ‘상한병’으로 다루었던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과는 증상이나 경과가 달랐다. 고열과 함께 폐와 내장의 출혈과 피부 반점이 주요 증상으로, 이러한 출혈을 한의학에선 ‘혈열’ 때문이라 보았다. 이들 질병은 내장에서 면역체계와 격렬한 전투를 일으키고 그 결과 염증이 여기저기 발생한다. 조직이 파괴되어 출혈이 일어나기도 한다. 혈열은 과열된 전투가 혈액에까지 이르렀다는 뜻이다. 청열약은 이 전장에 서늘한 물기운을 넣어서 전투가 면역세포 쪽에 유리하도록 만든다. 

급성 염증을 청열약 위주로 치료하는데 반해 만성 염증은 보약 위주로 치료한다. 염증에 생기는 고름은 면역세포와 세균의 시체들이다. 그렇게 싸우고도 염증이 낫지 않고 계속되는 것은 면역 체계가 허약하기 때문이라 본다. 

이때 처방은 사람마다 다르다. 기허한 사람은 보기약, 음허한 사람은 보음약 등으로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한다. 급성 염증도 허증이 심한 사람은 보약을 함께 쓴다. 전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약을 쓸 때는 언제나 질병보다 그 사람의 몸 상태를 중요시한다. 

[2022년 6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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