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종열) 교무
김종진(종열)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몸이 부으면 현대의학에선 이뇨제를 많이 쓴다. 물론 신장염, 간경화처럼 부종의 원인이 뚜렷하면 해당 질병 치료를 우선한다. 그러나 특별한 질병이 없어 보이는데 자꾸 몸이 부으면 이뇨제부터 써본다. 반면 부종은 없지만 특정 질병에 이뇨제를 쓰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이 대표적이다. 

이뇨제는 신장에서 재흡수되는 수분의 양을 줄여서 소변양이 늘어나게 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이뇨제를 쓰면 몸의 수분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부종도 줄어든다. 또 수분이 적어지는 만큼 혈액의 양도 줄어들어 심장의 혈액 박출량이 줄어듦으로 혈압도 내리게 된다. 이뇨제는 매우 직접적인 방식이라 단기적으로 효과가 빠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내 수분의 부족, 말초부위 혈류량의 감소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선 부종에 이수약을 쓴다. 이수는 ‘물길을 원활히 한다’는 뜻이다. 몸에서 불기운은 올라가야 하고, 물기운은 내려가야 한다. 예를 들어 큰 화분에 준 물이 아래로 잘 빠지지 않을 때, 흙을 살살 흔들고 아래쪽에서 음압을 살짝 가하면 물이 조금씩 아래로 스며내려간다. 그래서 이수약의 기전은 ‘삼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수약은 막힌 물길을 아래로 터주는 약이다. 그래서 부종이 빠지고 소변양이 늘어나지만 몸에 수분이 부족해지지는 않는다. 고여있어 쓸모없던 물만 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질병이 없이 생기는 부종은 이수약을 쓰면 효과적일 뿐 아니라 부작용도 전혀 없다. 물론 ‘기의 어느 부분이 약한가’에 대한 한의학적 변증 진단이 명확하다는 전제 하에서다.

부종이 심한 응급상황에선 일단 이뇨제를 써야 할 경우가 많다. 부종 자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성병에 이뇨제를 만성적으로 쓰는 것은 그 부작용을 고려할 때 조심스럽다. 이수약은 부종의 원인을 해소하여 고인 물만 내려보낸다. 변증만 맞다면 오래 써도 좋은 약이며,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약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6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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