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종열) 교무
김종진(종열)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통(痛)이라는 글자는 옛사람들이 통증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준다. 아플 통(痛) 자의 병질부 안에 든 글자가 통할 통(通) 자의 책받침 위 글자와 같다. 한의학에선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卽痛 通卽不痛)’이라 한다. 기혈이 막히면 아프고, 막힌 것이 통하면 낫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증을 가라앉히는 한약은 모두 막힌 것을 통하게 하는 약들이다. 기가 막히면(기체, 氣滯) 기를 소통시키는 약을 쓰고(이기, 利氣), 혈이 막히면(어혈, 瘀血) 어혈을 풀어주는 약을 쓴다(활혈, 活血). 기혈이 막히는 원인이 몸이 차가운데 있으면 몸속을 따뜻이 덥히는 약을 쓰고(온리, 溫裏), 너무 뜨거운 것이 원인이면 서늘하게 식혀주는 약을 쓴다(청열, 淸熱).

현대의학의 진통제는 방법이 다르다. 통증을 느끼는 신경의 작용을 둔하게 해 두뇌에서 통증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통증의 원인을 없애는 게 아니라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CPU로 통하는 회로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것과 같다.

진통제는 확실히 고통을 줄여주고 단기적 부작용이 적어서 쉽게 쓰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신경회로를 자주 마비시키는 것이 몸에 좋을 리는 없다. 그래서 진통제가 남용되지 않도록 국가가 진통제의 처방 이력을 관리한다.

그런데 만성 질병으로 통증이 심한 경우엔 참 곤란하다. 젊어서는 두통과 생리통, 나이 들어 찾아오는 관절염, 근육통 등은 진통제를 안쓰고 견디기 힘든 경우가 많다. 말기암의 경우처럼 통증이 심하면 마약성 진통제라도 써야 하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만성 질병은 통증을 가중시키는 몸의 원인을 찾아서 한약을 쓰는 것이 지속가능한 좋은 치료법이다. 

혈류를 소통시켜 어혈을 풀어주면 생리통이 줄어든다. 기가 막힌 곳을 풀어 소통시키면 두통이 낫는다. 관절염, 근육통도 그 부위의 기혈 소통이 막혀서 아픈 것이므로 한약으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통증만 낫는 게 아니라 몸의 근본 문제까지 치료된다.

[2022년 6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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