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한약 하면 보약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외부 감염 질환에 대응하는 해표약, 속열증을 다스리는 청열약 등 실제로는 다양한 한약들이 있지만, 허한 것을 강화하는 보약이 한약의 독특한 장점인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보약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대표적 보약 재료로 알려진 인삼과 녹용은 서로 다른 성질의 보약이다. 인삼, 녹용을 쓰지 않는 전혀 다른 성질의 보약 처방도 있다. 

한의사는 환자의 어느 부분이 허한지를 진단하여 그 부분만 보강하는 보약 처방을 쓴다. 예를 들어 폐가 허하면 보폐약, 신장이 허하면 보신약을 쓴다. 또 양이 허하면 보양약, 음이 허하면 보음약, 기가 허하면 보기약, 혈이 허하면 보혈약을 쓴다. 어느 부분이 허한지 진단을 잘못해서 양이 허한데 음을 보하면 음양 불균형이 더 심해져 병증이 오히려 악화된다.

인삼은 대표적인 보기약이다. <본초학> 책에 인삼의 효능은 ‘① 원기를 크게 보하고, ② 정신을 안정시키며, ③ 진액이 몸을 촉촉히 적시게 한다’고 쓰여 있다. 따라서 허증의 사람 중에서도 그 근본 원인이 기허, 올라가는 양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인삼을 쓴다. 
 
정신 안정과 진액에 관련된 효능도 마찬가지다. 모든 정신질환에 쓰는 것이 아니라, 기가 허해서 정신이 불안정해진 사람을 치료한다. 또 몸의 수분이 부족한 환자에게 모두 쓰는 것이 아니라, 올라오는 양기가 허해서 진액이 얼굴까지 올라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쓴다. 즉 인삼의 효능 세 가지는 모두 기를 보해서 나타나는 효능일 뿐이다.

그래서 인삼은 반드시 기허증의 사람에게 써야 효능이 나타난다. 체질별로는 소음인에게 가장 효과가 좋으며, 태음인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양기와 정반대 방향인 음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인삼을 쓰면 역효과가 난다. 체질별로는 소양인이 대표적이다. 소양인은 음허한 상태일 경우가 많은데 양기를 보강하면 음허증이 더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7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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