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지금 세계는 양(+) 방향으로 과속하다가 이제 막 음(-)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 너무 빠른 개발 속도에 반성하기 시작해 지구 환경과 다른 생명들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는 인류가 아직 건강한 상태라는 증거다.  

인체도 마찬가지다. 양 방향으로 너무 쓰고 나면 음 방향으로 쉬어주어야 건강하다. 그런데 음 방향으로 전환이 잘 안되는 사람이 있다. 이를 음허증이라 하여 한의학에서는 특별한 질병 유무와 관계없이 치료해야 할 상태로 본다.

음허증은 먼저 수면의 고장에서 시작된다. 젊어서 잠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나면 나이 들어서 불면증이 오기 쉽다. 얼마든지 잘 여유가 있는데 잠을 충분히 못 자는 것이다. 나이 들면 당연한 현상은 아니고, 60대에도 8시간씩 잘 수 있어야 건강한 몸이다.

음허증은 소양인에게 특히 잘 오고 치명적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가 언제 사고를 낼지 모르는 것처럼, 암과 다양한 만성질병의 위험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태이다. 그러한 소양인의 음기를 보강하는 약재가 숙지황이다. 숙지황의 약성은 보혈, 보음, 보신(補腎)하는 약으로 표현된다. 음기의 중심이 되는 신장이 허하기 쉬운 소양인에게 숙지황은 녹용보다 좋은 약재이다.

신장과 생식기의 기운은 함께 움직이므로 보신하는 약재는 정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산수유, 복분자, 구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모든 체질의 정력을 강화해주는 것이 아니라, 신장이 허해서 음기가 약해진 소양인의 음허증에 효과가 좋은 약재들이다.

산수유는 이른 봄 꽃이 피고 늦은 가을 결실이 되므로 기를 오래 갈무리하는(보음)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숙지황은 지황을 아홉 번 쪄서 아홉 번 말리는(구증구포) 정성스런 법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음기를 더욱 정련해내기 위해서다. 한약은 이렇게 음양의 원리를 따라 효능이 인식되고, 가공을 통해 효능이 증폭되며, 정확한 변증 진단에 따라 사용되는 약재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7월 1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