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녹용은 최고의 보약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요즘 인기가 높은 공진단에도 녹용은 중요한 약재이다. 그럼 녹용이 들어간 보약(용약)은 누구에게나 좋은 보약일까?

숙지황이 보음약인데 반해 녹용은 보양약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본초학>에 보양약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재도 포함돼 있어 다소 혼란스럽다. 녹용의 작용을 정확히 표현하려면 보폐약이라 하는 것이 이해가 쉽다.

보통 따뜻해서 올라가는 기를 양기, 서늘해서 내려가는 기를 음기라 한다. 그런데 폐가 움직이는 기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방향과는 조금 다르다. 폐는 기를 입체적으로 발산시키는 장부이다. 호흡작용을 통해 온몸으로 기를 퍼뜨리기 때문이다. 이 발산하는 기운을 강화해주는 약이 대표적 보폐약인 녹용이다.

사슴처럼 뿔이 발달한 동물이 드물다. 사슴뿔이 강력하게 뻗어나가는 기운은 온몸으로 기를 발산시키는 폐기운과 닮아있다. 기관지에서 세기관지, 폐포로 이어지는 폐의 구조도 가지를 뻗어나가는 녹용의 모양과 닮아있다. 녹용은 폐기를 강화함으로써 에너지가 온몸에 충만하게 한다.

COVID-19 등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의 주 공격지점은 폐기관지이다. 그래서 기침과 인후통으로 증상이 시작되며, 나은 후에도 숨이 짧아지거나 가슴 통증 등의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병증에 녹용은 매우 효과적이다. 정말 용약이 필요한 경우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질병에도 치명적 손상을 입는 부위가 체질마다 다르다.

소음인은 COVID-19 후유증으로 입맛이 변하고, 설사를 하며, 소화기가 약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투는 폐에서 벌어지지만 전투력의 보급기관인 소화기관이 오히려 더 피해를 입는 것이다. 평소 소음인이 약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소양인은 음기가 크게 손상된다. 이때 소음인이라면 인삼을, 소양인이라면 숙지황을 중심으로 처방을 구성한다. 체질에 맞는 보약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7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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