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요즘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세력 간의 대립이 너무 격렬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프로 정치인들이 흥행을 위해 띄우는 개념이 아닐는지? 

의학에도 이런 첨예한 갈등이 있다. 특히 한약에 대해 현대의학을 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질병이 있을 때 한약을 먹으면 간장과 신장이 큰일 나는 줄 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한약이든 양약이든 병이 나으면 좋은 것이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한약의 부작용에 대해 정량화된 통계자료는 매우 부족하다. 가장 최근의 연구는 대학 한방병원들이 협력하여 양약과 한약을 함께 쓴 입원환자 천 명에게 일어난 부작용을 조사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한·양약을 함께 쓴 환자들의 부작용 발생률이 양약만 쓰는 환자들의 평균적 부작용 발생률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논문들이 최근 몇 편 연달아 국제 의학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다. 

한의서들에는 오천 년 간의 의학자료를 통해 부작용이 일어나는 조건과 그 형태에 대한 서술이 풍부하게 남아있다. 이들 약재는 대부분 오장육부의 병을 다스리는 약재들로서 약한 장부가 어느 쪽인가를 잘못 판단하거나 증세의 한열을 반대로 판단해서 약을 쓸 때 부작용이 나는 것이다. 즉 한의학적 진단이 잘못되었을 때 부작용이 나는 것이지 한약이 무조건 간장과 신장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물론 한약의 부작용 사례에 대한 국가적인 통계조사는 필요하다. 그것이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현재의 양약이 모든 질병을 치료해낼 수 없다면, 한약의 치료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진보적 자세로 접근해 보아야 한다.

모든 세력은 일정 기간 득세하고 나면 보수화된다. 현대의학도 그러하다. 단일 성분의 양약에 맞는 임상연구법을 고집하며, 한약의 임상연구를 어렵게 만드는 것을 보면 현대의학의 개척기 의사들이 가졌던 진보적 자세를 잃어버린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8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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