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의학의 진단 기술이 크게 발달한 현대에도 질병 발생의 예측에는 큰 발전이 없다. 

2004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됐을 때 세계 의학계가 가장 기대한 것이 바로 질병 예측 기술이다. 인간 유전체를 해독하면 질병의 완벽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고 예측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20년 정도가 지난 지금, 그 성과는 완벽한 실망에 가까울 만큼 미미하다.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을 밝히는 연구로 비교적 성공적인 것은 코호트 연구이다. 미국 동부 프래밍험 마을에서 1948년부터 5천여 명의 질병 발생 요인을 추적조사한 코호트 연구는, 복부비만이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을 유발하는 중요 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WHR(허리-엉덩이 둘레비)의 도입, 콜레스테롤의 영향력 인식도 이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코호트 연구는 순수 관찰 연구다. 어떠한 과학적 실험보다도 관찰 연구에서 질병 예측에 큰 성과가 나왔음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많은 과학적 발견은 관찰에서 출발해 실험으로 확인되거나, 추론으로 출발해 관측으로 확인된다. 뉴튼과 파스퇴르의 중요 업적들도 모두 관찰에서 출발했다. 의학에서 관찰을 가장 정밀하게 발전시켜온 쪽은 한의학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와 정기적 건강검진이 잘 정착돼있는 우리나라는 전 국민 코호트 연구가 가능하다. 다만 코호트 연구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질병 발생 요인에 대한 데이터 수집 항목을 잘 보완해야 한다. 여기에 한의학의 경험이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현대의학에선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맥상, 안색, 음성, 체형, 소증(평소 생리 증상) 등이 질병 발생의 신호로 기여한다는 지식을 한의학에선 오래전부터 쌓아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한·양방 정보가 통합된 작은 규모의 코호트 연구를 이미 진행 중에 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면 우리나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8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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