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예방의학은 예측의학보다 더 간절한 의학계의 소망이다. 질병을 예측해 본들 미리 막을 방법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현대의학도 처음엔 예방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성과도 상당히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무서운 질병이었던 천연두, 홍역, 소아마비의 위험에서 인류가 벗어난 데는 예방 백신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예방의학의 발전은 거기서 멈춰있다. 

현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암, 중풍, 심장병 등의 질병들은 모두 세균이 일으키는 병이 아니다. 내부 생리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고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원인이 단순하지 않으므로 어떻게 막아야 할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예방 백신을 만들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게놈 프로젝트 이후 한때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체가 밝혀지면 예방도 가능하리라던 장밋빛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질병들은 유전체 몇 개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만성병의 예방법은 균형을 잃은 생리 시스템을 스스로 재건하는 방법밖에 없다. 

동맥경화증, 심장질환, 뇌졸중, 비만, 제2형 당뇨병 등 질병들에 대해 요즘 생활습관병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자신의 나쁜 생활 습관이 생리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나쁜 생활 습관에는 음식, 운동, 수면, 휴식과 마음 상태까지 모든 삶의 영역들이 관련 있다. 음식이 가장 직접적이고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병들도 많다. 대체로 난치의 만성병일수록 마음의 문제가 영향력이 더 크다. 

이제마는 석가모니처럼 수양을 하며 정확한 한약을 쓰면 죽을병도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죽음을 가져오는 난치의 만성병이라도 마음을 바로잡으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한의학은 ‘정신기혈’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의학이다. 정신을 바로잡고 기혈을 조절하는 한약을 쓴다면 어떠한 질병도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8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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