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약 쓰는 방법이 매우 다르다. 현대의학은 질병에 집중하기 때문에 질병의 기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매우 제한되고 특화된 약들을 쓴다. 그래서 대체로 한 가지 질병에 쓰는 약은 다른 질병에는 쓰이지 않는다. 다만 해열제나 진통제처럼 특정 증상을 해소하는 대증약들은 그런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쓴다.

그런데 고혈압처럼 원인이 복잡해서 치료약이 여러 가지 있는 경우에는 약을 이것저것 시험적으로 써보면서 그 사람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을 찾아 쓴다. 여기에 현대의학의 고민이 있다. 사람의 특성에 따라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을 예측해서 맞춤약으로 쓰고 싶은 것이다. 게놈프로젝트 이후 유전체를 검사해서 맞춤약을 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유전체 연구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은 지 20년이 지난 지금, 인체는 너무 복잡해서 유전체만으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해있다.

한약은 어떠한 질병이든 그 사람의 생리 시스템의 균형이 어떤 상태인가에 주목한다. 기울어진 생리 시스템을 바로잡으면 여러 가지 질병이 함께 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냉증을 치료했는데 과민성 대장증후군(IBS)이 낫기도 하고, 만성피부염이 낫기도 한다. 비위의 허증을 보강했는데 심장병이 낫기도 하고, 고혈압이 해소되기도 한다.

이러한 한약에는 맞춤약의 개념이 들어 있다. 사람마다 독특하게 기울어진 생리 시스템을 지문처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사는 그 기울어짐을 진단하는 데 집중하며, 이를 한증, 열증, 허증, 실증 등을 변별해 내는 변증진단이라 한다.  

이러한 한의학의 관점이 현대의 분자생물학과 결합하면 양약도 한약처럼 맞춤약으로 쓰는 이상적인 의학에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양방이 벽을 트고 데이터를 공유하며 함께 연구해야 한다. 그러한 미래 맞춤의학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8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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