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콜레라, 페스트처럼 세균이 원인인 질병은 항생제로 그 세균을 죽이면 치료됐다. 급성 질병들은 대개 원인이 분명하고 그래서 치료도 쉽다. 하지만 지금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질병들은 대부분 만성 질병들이다. 질병의 과정이 오래된 만큼 원인도 복잡하고 생활 습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만성병들은 환자가 스스로 질병을 관리해나가는 능동적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가 의사와 함께 의학적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의사가 체중 관리, 음식 관리를 설명하고 환자가 실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체중이 많이 나가도 혈압은 정상이다. 어떤 이는 많이 먹지 않는데도 혈압이 높다. 그래서 의사의 환자 지도가 정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럴 땐 환자가 스스로 질병의 성질과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면 생활 습관을 조절할 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것이 참여의학의 이상이다.

유전체 연구는 타고난 개인 특성을 고려하는 참여의학을 가능케 할 것이란 꿈도 부풀렸다. 하지만 이 역시 질병 유전체 연구의 부진으로 아직 큰 발전이 없다. 이제 다른 방식으로 개인 특성을 고려한 참여의학이 필요한 때이다.

일상 속에서 개인의 건강 관련 정보를 기록한 헬스로그 데이터는 그래서 중요하다. 헬스로그를 통해 유전체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의 생리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이 헬스로그 데이터에 한·양방 정보를 모두 담는 것이 좋다. 

한의학은 현대의학이 관심 갖지 않는 많은 생리 정보들을 수천 년간 관찰하고 치료에 활용해 왔다. 게다가 오감형 센서들을 이용하면 피를 뽑거나 조직을 잘라낼 필요 없이 정보의 수집도 간편하다. 이러한 정보들을 통합해 그 사람의 특성에 맞는 참여의학을 발전시키면 어떨까? 사상의학은 여기에 결정적 통찰을 줄 것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9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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