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2004년 인간 유전체 해독으로 인체와 질병의 완벽한 해석을 자신하며 이상적인 의학으로 P4 Medicine(예측, 예방, 맞춤, 참여 의학)을 목표로 했던 세계 의학계는 그 한계를 느끼자 방향을 바꿔나가고 있다. ‘유전체, 사람의 행동, 환경 등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인체를 수학적 시스템으로 해석하려는’ 시스템 의학이 그것이다. 

시스템 의학에는 통계 분석을 넘어 고도의 수학적 기법들이 쓰인다. 유전체뿐 아니라 단백질, 대사체, 장내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분자생물학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인체를 하나의 공학적 시스템으로 보고 수학적 모델링을 인체에 적용한다. 각 개인의 생리 특성이 반영된 가상 쌍둥이(Digital Twin)를 만들어 미래를 수학적으로 예측한다.

필자도 이 분야에 대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한의학은 인체에 대해 거시적 모델을 갖고 있다. 음식의 소화 기능과 배설 기능, 영양의 저장기능과 호흡기능 사이에 각각 시소 관계가 있다고 보는 사상의학의 모델링은 시스템 의학에서 매우 흥미로운 관점이다. 시스템 의학이 미시적 데이터를 가지고 거시적 모델링을 하는데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의 분자생물학적 데이터가 사상 체질별로 충분히 갖춰지면 생리적 시소의 수학적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개인마다 다른 변수값에 따라 사람마다 고유한 자신의 수학적 모델을 갖게 된다. 거기에 시간 값을 넣으면 미래의 건강 상태 예측이 가능하다. 

미래는 현재 삶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미래에 없는 질병을 내가 만들 수도 있고, 다가올 질병을 막거나 늦출 수도 있다. 미래 건강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삶의 요소가 마음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마음은 호흡을 바꾸고, 호흡은 기혈에 변화를 일으킨다. 만성 난치성 질병은 마음을 바로잡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 영육쌍전의 마음공부 시대가 시스템 의학으로 인해 가속화될지 모른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9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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