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없이 사업 없다.
도인 되기에 앞서 학인이 먼저 되어야 한다.
단결 없이 혁신 없다.

이준원 교도
이준원 교도

[원불교신문=이준원 교도] 정체성(Identity)이란 무엇인가? 자기다움(Self-hood)이다. 정체성은 타자 속에서의 자기다움이다. 서로 다른 남을 긍정하는 다양성의 공존 속에서의 정체성이다. 주체적 개별성과 아울러 개방적 보편성을 지닌다.

김소월의 시는 민족 정서의 보편성이 강하고, 이상의 시는 거울 속 나와 대화하는 듯한 개별성이 강하며, 윤동주의 시는 민족의 역사 앞에 개인 양심의 고뇌가 담겨있다. 

개별성과 보편성이 균형 잡힐 때 정체성이 빛난다. 교단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일원상(ㅇ)이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이다. ‘일원상의 진리’,  ‘일원상의 신앙’, ‘일원상의 수행’, ‘일원상 서원문’, ‘일원상 법어’ 등은 소태산이 스스로 깨치고 행하며 가르친 교법의 요체, 종지(宗旨)다. 

원불교는 불교재산관리법 적용대상이 아닌 독립교단이다. 왜 종파불교가 아닌가? 옛부처가 태어나기 전부터 일원상은 서렸으나, 소태산은 변·불변(체와 용, 유상과 무상) 자리에서 사진 보듯이 여실히 일원상을 드러냈다.

소태산과 과거 성인의 차이점은 한글로 된 근원 경전인 <정전>을 몸소 저술, 편찬, 감수하였다는 점이다. 

“나의 일생 포부와 경륜이 이 책 한권에 거의 표현되어 있다.” 알기 쉬운 한글로 된 경전이나, ‘죽기로써’ 공부하며 행하며 마음으로 증득하는 만큼 그 깊이는 한량없다. 

교단의 역사가 백 년이 지나면 법문집이나 회고담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각 분야별 교법 실천사례집이 많이 나와야 한다. 진화 속도가 빠른 지금의 백 년은 과거의 천년이다. 

석가모니 열반 백 년 후 제2차 결집을 위한 경전편찬회의가 열렸다. 시대 변화에 따른 계율 변화를 둘러싸고 승단은 장로부 서부 교단과 대중부 동부 교단으로 분열되었다.화폐경제가 발달하며 동부 교단에서 음식이나 소금이 아닌 돈으로 보시를 받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결과는 서부 교단이 이겼지만, 정통성과 시대성 간에 무엇을 중시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이슈를 남기게 된 것이다.

소태산이 다시 오지 않는 한 <정전>은 불변이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헌규>는 진화하고, <예전>은 변용되어야 한다. 

원기98년(2013) 9월 어느 교도가 <원불교신문>에 기고한 교단혁신을 위한 글을 보며 공감한 적이 있다. 

“교리는 지극히 현대적인데, 교단 운영은 지극히 구시대적이다”, “권위적 교단체제가 좋은 인재들을 끝없이 밖으로 내몰고 있다”, “이제라도 필사즉생의 각오로 교단의 제도와 관행을 창립정신에 맞게 뜯어 고쳐야 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공부 없이 사업 없다. 도인 되기에 앞서 학인이 먼저 되어야 한다. 단결 없이는 혁신도 없다. 지도자는 교향악단의 지휘자와도 같다. 연주자와 관객과 무언으로 호흡을 함께 한다. 

소태산의 포부는 우리나라가 ‘정신적 지도국’이 되는 것이다. 그의 경륜은 28년간의 삶으로 거의 다 보여주었다.

“세계를 맡긴다고 해도 능히 경영할 수 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재무회계와 자산관리에서부터 제자육성과 교단운영에 이르기까지 세세곡절 산경전을 남겼다. 만일 소태산이 다시 온다면 무슨 일부터 시작할까? 스승은 제자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솔로몬 경영개발원 소장

[2022년 9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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