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
길도훈 교무

[원불교신문=길도훈 교무] 좌선을 소리 없는 염불이라고 한다. 염불이 염불 일성에 집중하는 것처럼, 좌선에서 단전에 마음 두는 것도 염불이라 할 수 있다. 단전에 마음 두는 것보다 집중하는 면에서 수식법이 훨씬 수월하다. 

수식법(數息法)은 여러 가지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한 호흡에 ‘하나’ 다음 호흡에 ‘둘’하며 세는 것이지만 그 전에 할 것이 숨을 들이쉴 때 초 단위로 ‘하나, 둘, 셋’ 등으로 세는 것이다. 이는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가질 수 있고 단전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단전주 수식법은 단전주 호흡처럼 들숨은 유념, 날숨은 무념으로 한다. 수식은 들숨에서 의미가 있고 날숨에는 수식을 놓고 단전을 여의지 않으면 된다. 들숨일 때 숨을 ‘수승화강식망현진’ 한 글자에 1초씩 숫자로 사용한다. 수승화강(水昇火降)은 물기운을 올리고 불기운은 내린다는 의미고 식망현진(息妄顯眞)은 망념을 쉬고 진성을 나타낸다는 의미다. 들숨을 꼭 8초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 맞게 정도껏 하는 만큼이면 된다. 또한 8초가 넘어설 때는 되돌아 이어서 수를 세도 되고, 한 글자에 2초씩, 나아서 3, 4초씩 끊어서 세도 된다.

이때 단전에 손바닥을 포개서 손날 면이 단전에 닿도록 한다. 허리 뒤 명문에서부터 의식과 숨을 두고 들이쉬는데 수승화강식망현진에 맞춰 손날이 닿는 단전 배가 부풀어 오르도록 한다. 숨은 자신의 한껏 들이쉬는 숨의 80%를 넘지 않아야 과하지 않다. 보편적으로 들숨이 ‘수승화강식망현진’ 한 글자씩에 2초씩 쉬어 16박자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수식법을 하게 되면 단전 강화가 되어, 단전이 담뿍하다가 뜨거워지고, 기운을 느끼는 데 이르기도 한다. 이때 단전으로부터 기운이 돌기도 하는데, 이를 느낄지언정 도모하지 않는 게 좋다. 기운을 돌리면 재미있고 운용할 수 있는 재능이 생기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 건강 및 다른 사람의 기운을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운 돌리는 것이 선정에 드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단전에 기운이 담뿍하면 기운은 자신도 알게 모르게 돈다. 진정한 수행자는 기운을 돌리는 것을 오히려 조잡하게 여긴다. 

수식법은 선을 3개월 정도 지속시킬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도 있지만 단전 기운을 충만하게 하는 데 탁월한 방법이다. 이로써 숨이 길어지기도 한다. 숨이 길다고 선을 잘하는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숨이 긴 해녀가 모두 좌선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수식법으로 단전에 마음이 살 정도의 기운이 있을 정도면 좌선을 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수행자가 선정에 들어도 때때로 단전 기운이 약할 수 있다. 이때 수식법을 몇 분만 해도 단전 기운이 이내 담뿍해지는 것처럼 수식법은 수행자에게 아주 요긴한 수행 기초다. 이때는 한 호흡의 길이를 세든 호흡의 수를 세든 자신에게 좋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2022년 9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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