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
길도훈 교무

[원불교신문=길도훈 교무] 단전주선을 하기 위해서는 단전에서 마음이 살 수 있는 담뿍한 단전 기운이 필요하다. 단전에 기운이 담뿍할수록 마음이 단전 기운에 자연히 의식되어 머무르기 쉽다. 기운이 주체가 되어 마음을 끌어당기는 형태다. 그동안 다뤄왔던 누워 단전 만들기, 자기 호흡 찾기, 수식법이 모두 이를 돕는다.

이로써 마음이 기운 담뿍한 단전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이로써 선정으로 가는 첫 관문인 마음이 단전에 제대로 스며들어 존재하기는 어렵다. 마음먹고 마음이 단전에 제대로 스며들어 존재해 보려고 해도 사람들 대부분은 이 언저리에서 머무른 데 그친다. 이것이 오래되면 좌선을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 버린다.

마음이 단전에 스며드는 것은 의지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마음에 따라 기운이 움직이는 것에 감각이 생기고 이해의 영역에서 정리되어야 수월할 수 있다. 이것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감각을 깨우고 키울 때 마음이 단전으로 스며드는 거리감이 좁혀지고 다가가는 속도를 느껴 좌선에 재미도 붙게 된다. 

물론 감각과 이해 없이도 마음이 단전에 스며드는 사람이 더러 있기는 하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은 감각이 아주 둔하거나, 마음이 단전에 스며드는 것에 과장된 자신감이 있거나, 감각이 너무 세밀해서 단전에 마음이 스며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감각이 아주 둔한 경우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나는 좌선에 재능이 없나?’ 하며 중도에 포기한다. 과장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처음에는 잘 되는 것 같으나 이내 감각과 이해의 부족을 드러내며 중도에서 슬며시 그만둔다. 감각이 아주 세밀한 경우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세밀한 만큼 확신에 이르기까지의 감각과 이해에 대한 기대 수준이 너무 높다. 감각과 이해는 선을 해가며 깊어지는 것인데 처음부터 느낌이 확실히 와닿아야 한다니 좌선의 진입 벽 자체가 너무 높은 것이다. 그만큼 좌선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누구나 좌선을 쉽게 하려면 좌선법이 마음과 기운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데 체계적이어야 한다. 앞으로 다룰 백회호흡과 미세호흡과 독야청정의 수행 과정이 그것이다. 과정을 밟다 보면 그 감각은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백회호흡으로는 마음에 따른 기운을 운용할 수 있는 감각을 키우고, 미세호흡으로는 호흡에 의한 기운이 아닌 기운에 따른 호흡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독야청정으로는 ‘하는 마음’과 ‘아는 마음’의 감각을 키우고 조율도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결국 마음이 주체가 된 기운과 호흡에 대한 감각과 이해가 생겨난다.

과정을 충실하게 밟아 좌선의 기초가 다져지면 단전과, 마음에 따른 기운과 호흡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생겨 누구나 좌선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나아가 불지를 향한 소박한 자신감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2022년 9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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