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영 교도 / 역삼교당
신효영 교도 / 역삼교당

[원불교신문=신효영 명예교수]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중 한 사람인 덴젤 워싱턴은 2001년 영화 ‘트레이닝 데이’에서 알론조 해리스 역을 맡아 열연함으로써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워싱턴은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어 변호사나 기자 등의 지적인 역할을 가장 훌륭히 소화해내는 배우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연기 못지않게 세계 곳곳에서 대중들을 상대로 한 그의 연설에 주목하고 있다. 이 유명한 연설들은 유튜브를 통하여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미국의 한 대학교 졸업식에서 행한 연설 중 감명 깊은 한 구절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장의차 뒤를 따르는 이삿짐 차를 본 적이 있느냐?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죽어서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가 얼마나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일은 남을 돕는 것이다. 왜냐하면 남을 도우면 기쁨과 행복감을 얻기 때문이다. 큰 집이나 좋은 차, 값비싼 보석으로 얻을 수 없는 한없는 기쁨과 만족감은 남을 도울 때 느낄 수 있다.” 

덴젤 워싱턴이 여기에서 말한 가장 이기적인 사람에 대하여 우리 교전에서는 <대종경> 요훈품 21장에 ‘불보살은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해주는 것 같으나 결국 자기의 이익이 되나니라’고 밝혀 주고 있다. 

여기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해주는 불보살이 아프리카에 뿌린 은혜의 씨앗으로 꽃을 피우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약학 박사로서 원광대학교에서 후학을 기르던 김혜심 교무의 마음과 정성이 어느 날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는 마침내 1995년 아프리카를 찾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아프리카의 원광센터가 시작되었다. 
 

불보살의 은혜 씨앗이 
아프리카에 뿌려져 
영원한 희망으로 
꽃피우고 있다.

1996년 2월 비영리 법인인 일원법인을 설립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김 교무는 온갖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아프리카 스와질랜드(현 에스와티니)의 오지인 까풍아 마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라마코카에 유치원을 세우고 각종 봉사와 교화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 교무가 이러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리석게 남의 일을 하는’ 수많은 불보살 후원자가 뿌린 은혜의 씨앗에서 찾을 수 있다. 매일 아침기도를 하고 조금씩 기도비를 모아 후원하는 사람부터 열반하신 어머니의 유업을 이어가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현지에 달려가 조산원의 활동을 한 사람, 의료품을 꾸준히 지원하고 의료봉사를 다녀오는 사람, 종교와 관계없이 취지에 공감하여 지원을 계속해오는 사람들 모두 불보살이고, 그들의 후원은 은혜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러한 불보살들의 정성과 후원으로 김혜심 교무는 자신의 몸이 온갖 병마에 시달려도 굴하지 않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에이즈 환자를 돌보고 열악한 보건시설에서도 의약품을 나누어 주며 나아가 주민들의 자립을 돕는 활동, 청소년의 장학사업 등 은혜의 씨앗을 맘껏 뿌릴 수 있었다. 

사단법인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이 그동안 코로나19로 미루어진 25주년 기념식을 10월 29일에 갖는다고 한다.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함께해준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결의하는 자리에 많이 동참하면 좋을 것 같다. 

198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대 연구진이 평생 가난한 이를 돌보다 세상을 떠난 테레사 수녀의 삶을 영상으로 보여준 후 학생들의 체내 면역항체를 측정하였더니 영상을 보기 전보다 면역항체의 수치가 훨씬 더 높아졌다한다. 이를 테레사 효과라고 하는데 나는 불보살의 은혜 씨앗 효과라고 말하고 싶다.

[2022년 9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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