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교무
김도현 교무

[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연등불의 처소에서 얻은 법이 있느냐?”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에 여섯 부처님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름은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 구류손불, 구나함불, 가섭불(곧 연등불)이다. 연등불은 석가모니불 바로 전 세상의 과거불을 말하고, 현재불은 석가모니불, 미래불은 미륵불이라고 한다. 과거세에 석가모니 부처님은 선혜동자라 불렸다. 선혜동자는 연등불이 오시는 길이 질어서 걷기 힘든 것을 보고 자신이 입은 사슴 가죽을 땅에 깔았고, 가죽이 모자란 부분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다시 깔아 부처님이 지나가게 할 정도로 신성을 바치며 공부했다. 연등불은 이런 선혜동자를 보고 “미래에 사바세계에서 부처가 되어 모든 중생을 교화할 것이고, 석가모니라고 불릴 것이다”라고 수기를 내린다. 수기(授記)란 부처님이 큰 서원을 발한 중생에게 다가오는 세상에 반드시 성불할 것이라는 기별(記別)을 주는 것으로, 수기는 부처님의 예언이고 보증이다.

세존은 수보리에게 ‘내가 과거 연등불 곁에서 공부하면서 얻은 법이 있어서 지금 부처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수보리는 ‘얻은 법이 없다’고 대답한다. 수기를 받았는데 얻은 법은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흔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을 ‘무아법(無我法)’이라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만약 선혜동자가 ‘나는 무아법을 얻었다’고 생각했다면, 연등불은 선혜동자에게 수기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현시대인 사바세계에는 ‘유아법(有我法)’이 편만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 내 것과 네 것을 나누고 살아간다. 수도하는 사람도 ‘내가 공부하여 성불을 이룬다’고 생각하기 쉽다. 혹 조금 공부를 한다는 사람은 이 육신은 옷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육신이 내가 아니고 변치 않는 영혼이 있어서 육신의 옷을 입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이런 세상이기에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아법을 통해 변함없고, 분별이 끊어진 본래 마음(本心)자리를 강조했을 것이다.

이 본래 마음은 얻을 수 없는 것이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삼세의 부처님은 이 마음을 알아서, 이 마음을 지키고, 이 마음을 활용하면서 살아간다. 아마도 연등불은 선혜동자가 이 마음을 표준 잡고 공부하고 있음을 보았기에 수기를 주었을 것이다.

우리도 이 마음을 표준 잡아 공부해야 한다. 부처는 이 마음을 얻어서 열반을 얻고 생사를 자유하고, 범부와 중생은 이 마음을 몰라서 생사에 집착하고 윤회하며 영원히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마음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으며, 검다고도 할 수 없고 희다고도 할 수 없다. 크다고도 할 수 없고 작다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어제도 그러했고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이 마음은 무엇인가? 이 마음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2년 10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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