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교무
김도현 교무

[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부처님은 “보살이 불토를 장엄하느냐”고 묻는다. 수보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불토를 장엄한다는 것은 장엄이 아니므로 장엄이라고 한다”는 아리송한 답을 이어간다. 

장엄은 꾸민다는 말이다. 불토를 장엄한다고 하면 불단, 교당, 도량을 깨끗이 청소하고 잘 가꾸는 것이 우선 떠오른다. 그런데 어떻게 가꾸는 것이 잘 가꾸는 것일까?

혜능은 “불토는 이미 청정하여 형상도 형태도 없는데 어떤 물건으로 장엄할 수 있겠느냐?(佛土淸淨, 無相無形, 何物 而能莊嚴耶) 다만 정혜의 보물로 (장엄)하는 것을 장엄이라고 이름한다(唯以定慧之寶 假名莊嚴)”고 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장엄을 말한다.

하나는 ‘세간불토(世間佛土)’를 장엄하는 것이다. 이는 절을 짓고 사경하고 보시하고 공양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장엄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두 번째는 ‘몸의 불토(身佛土)’를 장엄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을 보면 널리 공경하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마음의 불토(心佛土)’를 장엄하는 것이다. 마음이 깨끗하면 곧 불토가 깨끗해지므로 생각생각이 언제나 ‘무소득심(無所得心)’을 행하는 것이 마음불토를 장엄하는 것이라고 했다.

혜능은 3가지 장엄을 말하지만, 마음의 불토를 장엄하는 것이 근본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무엇으로 장식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기심으로 살아간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생각 없이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이기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감정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좋아하는 감정, 싫어하는 감정에 묶여서 그대로 살아간다. 자신의 마음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으로 꾸며놓은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 혜시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가꾸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 마음에 대가를 바라는 마음 혹은 주변에서 알아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다. 이는 보살의 마음이 아니다. 이 마음은 불토를 장엄한다고 자랑하는 마음이다. 이는 참다운 장엄이 아니다. 혜능의 표현대로 ‘얻은 바 없는 마음을 행하는 것’을 장엄이라 할 수 있다.

공부인들이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사랑, 감사, 공익심 등 아름다운 마음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가꾸려 해도 그 밑바탕에 나라는 상(相)이나 자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 좋은 마음들이 오염되곤 한다. 음식을 하기 전에 손을 깨끗이 하듯이, 아름다운 마음을 키우기 전에 마음의 청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혜능이 말하듯이 불토는 이미 청정하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어떻게 꽃피울 수 있을까? 내 마음이 청정하면 온 세상에 꽃이 필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2년 10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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