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역사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와 서울로 고궁여행을 떠났다. 고궁박물관은 조선시대의 역사가 순서대로 잘 정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조선은 기록의 나라라고 하듯, 실록과 그림으로 당시의 기록을 상세히 남겨 놓아 볼거리가 풍부했다. 

당시 사용되던 물건들, 왕의 의상과 어진까지 전시가 잘 되어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즐거운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을 나서자 마침 고궁문화축전 기간이라 너른 마당에서는 탈춤 공연 중이었다. 먼 옛날 양반과 왕들을 풍자하던 거리의 광대들을 만난 것 같아 한참을 서서 공연을 보았다. 그때 아이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의미 있었다. 

고궁박물관 앞에서 탈춤 공연을 보다가 바로 옆 경복궁으로 갔다. 요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통해 퍼진 한국의 문화와 전통문화에 세계인의 관심이 높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이 많이 보였다. 

다음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코스인 국립국악원으로 향했다. 지난 호에서 새옷을 입은 국악, 즉 전통의 바탕 위에 현대적 요소를 더해 새로워진 국악곡들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전통 국악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러 국립국악원 공연을 보러 간 것이다.

예전에 국립국악원에서 진행하는 연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진행하던 학예연구사가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는 이곳 국립국악원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한 번만 온 적은 없는 그 사람이 바로 나다. 

그때 각 분야의 최고 실력자인 국악인들의 다양한 공연을 보고 너무나 큰 감명을 받았다. 사물놀이를 들으며 눈물을 쏟기까지 한 후에는 서울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립국악원의 공연이 있으면 꼭 감상하러 들른다. 

이번에는 특히 해금산조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산조는 민속음악의 한 장르로, 하나의 독주 악기가 그 기량을 최대한 보여주며 느린 장단에서 점점 빠른 장단으로 가는 곡이다. 가야금 산조를 시작으로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아쟁의 순으로 산조가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 해금산조를 감상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해금은 국악의 현악기 중 가야금·거문고처럼 현을 뜯어서 소리 내는 발현악기가 아닌 활로 문질러서 소리 내는 찰현악기다. 그 선율이 구슬프고 연주자의 표현력에 따라 다채롭게 연주될 수 있는 매력적인 소리를 가진 악기다. 

해금 연주자가 관객을 보고 앉고 장구 반주자는 그 해금 연주자를 보고 앉는다. 해금 연주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감고 소리에 온전히 집중해 연주했고, 장구 반주자는 그런 해금 연주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음량으로 장단을 맞춰준다. 사이사이 나오는 추임새는 음악의 고조와 흥을 돋운다. 

이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집중해 감상했다. 피어나는 소리에 내 마음이 담겨 함께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바로 앞 국악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국악기와 명창의 생존 육성이 담긴 파일들이 챕터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국악공연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들도 전시 되어있어 많은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때, 궁궐과 국악으로 우리 전통문화의 섬세하면서도 다채로운 문화를 살펴보며 아이와 이야기 나눈 이번 여행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강북교당

[2022년 10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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