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너무 슬퍼하면 폐를 상하고 너무 성내면 간을 상한다고 한다. 사상의학에서도 애로희락의 감정이 장기를 튼튼하게 혹은 약하게 만든다고 본다. 현대 과학이 아직 확인을 못했을 뿐 섬세한 관찰자가 보기에 감정과 질병과의 연관성은 명확하고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래서 암과 같은 중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내 마음속 깊은 감정의 문제를 잘 살펴 다스려야 한다. 먼저 노여움이나 슬픔, 혹은 원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너무 심하게 뿌리박혀 있지 않은지 내 마음을 응시해보자.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욕망에 너무 탐닉하지 않았는지 살펴보자. 만일 그런 점이 있다면 그것을 뿌리채 뽑아버려야 한다. 죽음 앞에 꼭 가져가야 할 감정이 무엇이 있겠는가? 죽음은 해탈의 결정적 기회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까지 하루 종일 병원을 오가면서 오래된 감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러면서 겉으론 참 평화로운 표정과 부드러운 말씨로 사람들을 대하는 어머니의 마음속에 원망과 노여움이 깊이 고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 

참을성이 너무 강해서 그사이 속으로 해결하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가 늙어가면서 나무의 옹이처럼 깊이 파고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다 엄마 성격, 공부 실력 문제예요. 내생엔 그렇게 살지 마셔요~”라고 말씀드리며 함께 노래하고 추억하는 사이 딱딱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어머니의 가장 강점은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적었다는 것이다. 암에 걸린 사람들은 속으로 엄청난 공포에 빠진다. 이순신 장군이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고 했듯이 암도 그렇다. 암의 사망률은 50퍼센트를 훨씬 넘으므로 일단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대로 치료가 안 되면 죽고 말지 뭐. 지금까지 삶으로도 충분하다’ 이 마음을 딱 먹으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기혈이 돌기 시작한다. 이 마음을 진심으로 가졌고, 부정적 감정을 녹여낸 어머니는 기적적으로 살아나셨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1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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