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최근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이 확실한 선진국이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토피 피부염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그 발생률이 높아져 왔고, 우리나라도 80년대보다 90년대, 2000년대를 거쳐 최근으로 오면서 유병률이 높아진다. 조사에 따라 청소년층이 거의 20%에 이르고, 30~40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왜 선진국이 되는 과정에서 아토피가 늘어나느냐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아토피는 청결병’이라는 관점이 있다. 선진국이 되면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그 도시는 시골에 비해 깔끔하게 청소된 환경을 갖게 된다. 도시화를 통한 환경 오염이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스모그로 가득했던 80년대 서울에 비해 지금의 공기가 더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도시가 청결해진다는 것은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세균은 우리 몸에 크고 작은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런 전투를 통해 우리 몸은 면역력을 갖추기도 한다. 아이들을 너무 편하게 기르면 커서 사회에 나가 적응하기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외부 환경뿐이 아니다. 도시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병원에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자주 복용하므로 몸 안에 공생하고 있는 세입자 세균들도 줄어든다. 이래저래 우리 몸은 과보호 상태가 된다.

인체와 오래 공생하면서 적응해온 세균이 없어지면서 우리 몸에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났다는 것이 ‘청결병’ 이론이다. 현상의 인과 관계를 관찰해볼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론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일부 의사의 의견이 아니라 세계적인 의학자들의 의견이다.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도 같은 방향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흙이 있는 주택 환경에서 아이들을 기르면 아토피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흙은 세균부터 벌레까지 많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다. 흙장난을 하면서 자란 우리 세대에는 아토피 환자가 거의 없었다. 농약을 쓰지 않는 흙이면 더 좋을 것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1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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