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
길도훈 교무

[원불교신문=길도훈 교무] 좌선할 때 일반적으로 좌선의 진도와 방법을 몰라서 망념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망념을 없애는 것으로만 여겨 망념과 힘겨루기를 한다. 좌선을 해야 할 방향과 방법만 제대로 알고 하면 망념은 있든 없든 별 상관이 없다. 다만 망념의 정보를 알면 망념은 활용의 가치가 높다.

망념은 보편적으로 이치에 벗어나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생각이다. 좌선에서의 좋은 감정과 생각은 잔디밭에서 예쁜 꽃도 잡초가 되는 것처럼 망념이 된다. 좌선할 때 망념을 몹쓸 것처럼 여겨 놓기만 하면 마음에 놓는 힘이 생기기는 한다. 그러나 망념에 담긴 많은 정보를 잃고 만다. 

좌선할 때의 일체 생각이 망념인 것은 사실이나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좌선을 하다 보면 생각이 비워지고 탁월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한다. 이때 아이디어를 놓자니 아깝고, 잡고 있자니 좌선을 망치게 된다. 이때는 간단하게 메모만 하고 잊는다면 두 가지 모두를 얻을 수 있다.

좌선 중 어떤 감정이든 생각이든 떠오른다면 망념이니 무조건 놓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망념을 놓으려고 할 경우 이내 놓아지는 망념이 있는가 하면, 놓으려고 해도 좀처럼 놓아지지 않는 망념이 있다. 놓으려 할 때 놓아지는 망념은 마음의 힘이 워낙 센 경우거나 가벼운 망념이다. 놓는 힘이 세도 망념을 무조건 놓기보다는 망념에 대한 정보를 얻고 놓는 것이 수행에 이로운 점이 많다. 떠다니는 구름처럼 가벼운 망념들은 놓으려 하면 이내 놓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망념은 하나도 없는 것보다 정서가 편안한 증상이라서 선하기에 오히려 좋다. 행글라이더들이 구름 없는 날보다 구름 몇 개 떠다니는 것이 기류가 편안하여 비행 즐기기에 낫다는 것과 같다. 생각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은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가벼운 망념 정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망념을 놓아도 망념이 자꾸만 반복되어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현안이다. 요즘 자신이 사로잡힌 망념을 알면 그만큼 망념의 방향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에 있었던 망념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해결되지 않은 잠재의식이다. 그 망념을 생각의 숲의 관점에서 다시금 바라보면 수월히 해결될 수 있다. 나아가 전혀 경험하지 않은 망념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전생에 담긴 무의식이다. 영생의 관점으로 다가서면 전생의 정보뿐 아니라 수행에 큰 진척을 이룰 토대가 된다.

이렇듯 망념의 정보를 얻는 것은 자신과 삶을 깊이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수행의 바탕을 정리하고 의식의 폭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되어준다. 또한 망념은 선정에 깊이 들고자 하는 의도, 설정, 의지, 집중 등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라앉혀 무위로 선정에 드는 데 중요한 기능으로 작용한다.

[2022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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