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광 명예교수
김혜광 명예교수

[원불교신문=김혜광 명예교수] 사회변화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그런 변화의 단면이 디지털화다. 디지털화는 수치화, 계수화를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물체나 사진, 소리, 문서, 신호를 점이나 표본으로 고립 집합하고 영상화한 것을 뜻한다. 이것과 대응하는 종전의 방식을 ‘아날로그’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세대는 디지털 세대라 부르고, 구세대는 아날로그 세대라고 부른다. 그만큼 세대 간에 사고방식이나 삶의 방식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대화 양식이나 형식의 변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적으로 예전 세대는 활자문화 세대였다면 지금 세대는 영상문화 세대로 비유된다. 예전 세대는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에 익숙하지만 지금 세대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영상을 통한 대화며 회의, 학술회의가 줌(Zoom) 등의 영상매체로 보편화된 지 오래다. 

단적으로 휴대전화는 진화의 정점이 어디까지일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마도 음성정보가 문자정보나 다른 정보로 치환되는 시점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시대변화에 따라 세대 간의 틈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어찌 보면 물질문명의 변화에 따른 의식구조가 현저하게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모든 의사소통의 기본은 우리말보다는 숫자나 영문 알파벳이 그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모든 일상의 일들이 종이 없이 전산 처리된다. 

여기서 매체는 우리말 대신 영문 알파벳이나 기호, 숫자가 사용된다. 구세대에게 이런 문화 적응이 쉽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세대 간 거리가 생긴다. 과학 문명 기기로부터의 소외뿐만 아니라 의식구조나 문화까지 수반되니 더욱 어려움이 가중된다.

결혼문화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다. 앞선 세대는 자녀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 부모세대가 일종의 의무감에서 자녀보다 화급함을 느꼈지만 지금 세대는 선택으로 받아들인지 오래다. 심지어 결혼해도 앞선 세대들의 결혼문화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남녀 간에도 관점이 다를 뿐 아니라 서구처럼 독신 세대 또는 한 부모와 자녀가 공존하는 단 세대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모성 사회로의 이동은 점점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삶의 질과 결혼을 연계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시대변화 속에서 앞선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대화는 갈수록 틈이 커져만 간다. 같은 현상을 보는 눈도 다르고 판단의 기준도 다르다. 앞선 세대가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고집하면 할수록 틈은 커져만 간다. 더 나아가 의식구조나 삶의 방식, 직업, 결혼, 교육, 심지어 종교에 대해서도 세대 간의 차이는 현실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세대 간의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선 세대는 후세대의 문화에 귀를 열어 듣고 접근하려고 조금씩 더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어의 이해한다(Understand)는 말이 시사하듯, 이해를 위해서는 내려서야 한다. 때로는 적응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편 후세대도 앞선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한 발짝 내려서야 한다. 이렇듯 선후 세대 간에 함께 노력하면 세대 간의 문화 차가 좁혀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문화를 버리고 앞선 세대의 문화에 동화(同化)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떤 선택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인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광대학교

[2022년 11월 2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