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아토피에 대해 유태호 교수(전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가 제시한 방법은 독특하다. ‘되도록 지저분하게 살라’는 것이다. 아토피의 요인이 되는 알러지 물질들,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등 물질들을 피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면역억제와는 반대의 방법이다.

어떤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면역체계가 병의 원인이라면, 그 자극을 반복해서 주면 면역체계가 정상반응 수준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있기 때문이다. 과보호로 사회 적응이 안되는 사람은 조금씩 사회적 관계를 늘려가야 적응력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도시가 깨끗해지면서 생긴 청결병이라면 피부가 지저분한 물질을 만나는 일을 조금씩 늘려나가야 면역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양약은 너무 힘들 때 잠깐 쓸 수 있지만 쓰고 나면 오히려 증상은 조금씩 더 악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약에 의존하는 치료보다는 생활 습관 훈련을 통한 자가 치료법이 더 좋다. 여기에 한약 치료가 더해지면 치료의 여정이 훨씬 짧아질 것이다. 

면역 과민 반응은 레드콤플렉스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공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던 6.25 전쟁 세대들이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색만 봐도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레드콤플렉스라고 한다. 레드콤플렉스는 공산주의에 대해 우위가 확립된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알러지 반응은 무언가를 감당하기 힘들 때 생긴다.

우리 몸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평범한 자극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어떤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어떤 기능이 약해졌는지는 정밀한 한의학적 진단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면역력이 약해졌다고 해서 몸에 좋다는 기능성 식품만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한약의 치료 원리는 면역억제제와 반대의 길이다. 몸의 약한 부분을 보강해 면역반응이 정상화되도록 돕는다. 전체적으로 면역 능력을 오히려 강화하는 길이 된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1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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