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광 명예교수
김혜광 명예교수

[원불교신문=김혜광 명예교수] 인간은 살아가면서 대부분 승리를 희망한다. 그렇다고 해서 승리가 반드시 기쁘고 패배는 슬픈 일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승부 자체보다도 우리의 마음가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승부의 세계는 시공간을 떠나 개인, 공동체에도 존재한다. 운동경기에서 상대가 있어서 승패가 가려지듯, 인간이 살아가는 데 선발과 경쟁이 불가피한 곳에는 어디나 어느 시대나 승패가 존재한다. 시험에 합격과 불합격이 있듯, 선출직인 경우는 당선과 탈락이 존재한다. 

그런데 죽어도 죽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비록 졌지만 진 것이 아닐 수 있고 반대로 이겼지만 진정 이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승부의 세계에 대해 진정 어떤 교육을 해왔는가 반문해 본다. 어디서든 누구나 ‘이기라’고만 할 따름이다. 그만큼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강조하되 진정한 승부에 대한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전> ‘강자 약자의 진화상 요법’은 승부에 대해 잘 가르쳐 주고 있다. 물론 강과 약은 상대적 세계에서 존재하는 양태다. 그렇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다만, 승자와 패자가 서로 의지하고 바탕이 되는 것을 알고 자리이타를 실행하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때 선행돼야 할 것은 현실 세계에서 강약의 이분법이 존재하는 절차나 과정이 합리적이냐는 물음이다. 

그렇게 해서 승부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승자와 강자는 약자에게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대로 약자와 패자도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돌아보자. 가정, 학교, 사회가 이를 가르쳐준다면 삶의 질도 문화적 향유도 격이 달라질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승패 원인을 어디에 두는가와 관련해 귀인(歸因, Attribution) 요인을 말한다. 대체로 강자나 승자는 승리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는 반면 패자나 약자일수록 자신보다는 외적 조건에 두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학교, 가정, 사회에서 이런 참다운 승부 교육을 경험해 보도록 한다면 올바른 경쟁풍토는 물론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루는 데 일조가 될 것이다. 

오직 등수를 매기는 데 앞장설 뿐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승자가 영원한 승자가 되려면 승리의 요인에 자신의 노력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 원인과 결과를 자신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돌려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패자에게는 위로와 아울러 어떻게 하면 승자가 될 수 있는가를 알려주고 도와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선진사회요,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이 된다. 반대로 패자는 왜 패자가 되었는가를 돌아보고 어떻게 해야 승자가 될 수 있는가 그 길을 찾으면서 승자에게 승리의 축하를 보내야 한다. 그런다면 그는 영원한 패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승패가 성숙하려면 먼저 그 전제조건으로 강과 약을 구분하는 기준이 합리적이고 타당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진정한 승부가 되기도 어렵거니와 발전에도 역행하게 된다.

승부를 어떻게 수용하는가는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름하는 준거점이 된다. 선거나 시험이 끝났을 때 승자가 패자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격려하며, 반대로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는 문화가 된다면 진정한 승패란 무엇인지를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원광대학교

[2022년 1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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