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교무
김도현 교무

[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이때 수보리가 법문을 듣고 그 뜻과 나아갈 바를 깊이 깨달아 감격해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말하였다. 희유하신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심오한 경전을 설해주셨습니다. 저는 예로부터 수행을 하여 혜안을 얻었지만, 이와 같은 법문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후략)…(爾時 須菩提 聞說是經 深解義趣 涕淚悲泣 而白佛言 希有世尊 佛說如是甚深經典 我從昔來所得慧眼 未曾得聞如是之經…)”(<금강경> 14장 중)

수보리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수보리의 눈물은 깨달음을 얻은 기쁨의 눈물이고 고통의 바다를 헤매고 있을 중생에 대한 연민의 눈물일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수보리는 사위국(舍衛國)의 브라흐만 가문 출신이다. 그는 성질이 매우 험악해 부모를 비롯한 친척들 사이에서 큰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출가 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서는 크게 반성해 늘 선업(善業)을 짓고 다툼이 없는 무쟁삼매(無諍三昧)에 들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드디어 지혜의 눈이 열리는 순간이 왔다. 그동안의 결실을 얻어 드디어 영생의 과제를 해결했다. 수보리의 뜨거운 눈물은 간절히 노력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구도자의 눈물이다. 

또, 수보리의 눈물은 후래 중생들을 위한 자비의 눈물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이 법문을 듣고 신해수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다가오는 세상의 후오백세에 이 법문을 듣고 신해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곧 제일 희유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후략)…(世尊 我今得聞如是經典 信解受持 不足爲難 若當來世後五百歲 其有衆生 得聞是經 信解受持 是人 卽爲第一希有…)”(<금강경> 14장 중)

수보리는 부처님의 지도를 직접 받기 때문에 <금강경>의 진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대 말세의 사람들이 이 경전을 보고 믿고 이해하고 받아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기에 그런 사람은 희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수보리는 깨달음의 기쁨과 동시에 부처님이 계시지 않은 말세의 중생들에 대한 연민을 보인 것이다.

나도 수보리와 같은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수보리와 같이 법열에 충만해 세상의 기쁨과 슬픔에 공명할 수 있을까? 만약 입으로는 진리를 말하면서도 나의 정신이 재와 색으로 흐르고 명예와 허식으로 흐르고 있다면 수보리의 눈물은 나와 인연이 없을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부촉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의 법은 신성 있고 공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받아 가도록 전하였나니, 법을 받지 못하였다고 후일에 한탄하지 말고, 하루속히 이 정법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그대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라.”(<대종경> 부촉품 4장 중)

/영산선학대학교

[2022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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