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상현 교무
라상현 교무

[원불교신문=라상현 교무] 해마다 이때쯤이 되면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그동안 무엇을 잘했고 못했는지’를 되돌아본다. 원불교에는 각 개인의 인격 내용과 수행 정도를 스스로 점검하는 연말 결산이 있다. 바로 ‘신분검사’다. 

먼저 ‘당연등급’은 신심·서원·공심 등 23개 항목을 여섯 단계로 점검하고, ‘부당등급’은 계문의 범계 정도 등을 여섯 단계로 점검한다. 마지막 ‘수지대조’는 한 해 동안 자신이 얼마나 복을 장만했는지 아니면 얼마나 빚을 지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인데 수입·지출·혜수·혜시 등을 점수로 환산해 점검한다.

신분검사는 관념적이고 막연한 인격상을 제시하지 않고, 그 실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소태산 대종사가 만든 기가 막힌 자기 성찰법이다. ‘우리 내면 마음속을 어쩜 이렇게 객관화시켰을까’를 생각하면 참으로 이 법이 소중하고,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분심(忿心)이 생긴다.

그렇게 신분검사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더욱 챙기며 실행할 부족한 항목들이 보인다. 내년은 꼭 그렇게 살 것이다. 사람이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깨우침, 자성의 정·혜·계를 세우는 꾸준한 노력 없이 살아왔던 업력대로만 반복하며 살아간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순간의 마음을 멈추고 챙기는 힘이 계속 쌓이면 어느 순간 변해있는 것처럼 ‘한마음을 끊임없이 잘 챙기며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원불교 마음공부는 체험을 통해 자신감과 기쁨을 얻고, 신심을 더욱 우러나게 한다. 그러면서 나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반복적인 챙김으로 내가 변화해가는 것 같다. 변화된 내 모습은 참으로 자랑스럽고, 나를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나를 사랑한다면 이 법을 사랑하고 닦을 수밖에 없고, 주변에 이 법을 안내할 수밖에 없다.

죄업의 업력을 녹이며, 참 내 안에 불공을 드려보자. 한 해를 거듭날 때마다 신분검사로 진급해나가는 사람이 되자. 

/수원교당

[2022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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