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지난 호에서 계속)주로 소변으로 나가야 할 수분이 잘 나가지를 못하니 상체에선 식은땀으로 배출되고 아래에선 설사로 배출되는 것이다. 여름엔 수분 섭취가 늘어나므로 수분 정체가 더욱 심해진다. 상체에 정체된 수분은 그쪽 세포들을 부종 상태에 이르게 해서 기관지가 좁아져 천식이 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몸집은 크지만 체질은 소양인이어서 수분대사에 이상이 잘 생기는 체질이었다. 따라서 수분 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약을 썼다. 그러자 설사와 식은땀 두 가지 증상이 잡혔다. 

드디어 여름이 왔다. 잔뜩 긴장하고 혹시 증상이 발현하면 미리 준비해둔 약을 여러 번 연속으로 드시라고 얘기해 놓았다. 그런데 생각 외로 7월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8월이 되어도 증상이 없다가 8월 말쯤 잠시 증상이 있었고, 약을 먹고 그냥 나았다. 결국 그해 여름은 몹시 편안하게 지나가 버렸다. 

후속 관리로 다시 설사나 식은땀이 생기면 찾아와 약을 조금 더 드시라고 했다. 가끔 다른 증상으로 한의원을 찾아오던 이분은 그 다음 해 여름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이 두 경우를 볼 때 천식의 치료는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위의 한의학적 치료법이 현대 의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비과학적이어서가 아니라 현대과학이 아직 입증하지 못한 미과학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과학이 관심을 가지고 한의학적 시스템을 이해하고 분석하려 하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천식 환자를 항상 잘 치료할 자신은 없다. 면역 알러지 질환은 복잡하다. 병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내 몸이 나름대로 자신을 지키려고 만든 복잡한 반응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천식 환자마다 원인과 증상이 다르므로 매번 새로 연구해야 한다. 치료과정이 곧 연구과정이다. 그러나 그 연구법은 새로운 길이 아니라 오랫동안 한의학이 닦아놓은 길이다. 체질과 몸의 생리적 특성, 신호들을 잘 분석해서 기능이 부족한 곳, 혹은 흐름이 막힌 곳을 찾는 것이다. 찾으면 치료법은 열린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1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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