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수
이도하 교수

[원불교신문=이도하 교수] 영화 아바타2가 <아바타: 물의 길> 이라는 이름으로 12월 16일 개봉했다. 손익분기점이 수조원대라든가, 초당 2억원짜리 영화라든가 하는 말이 떠돌지만 필자의 관심은, 그 <아바타1> 로부터 13년 만에 속편이 나온 것이라는 데서 오는 시대격차다. 13년 전이면, 2009년이다.

영화가 처음 나온 2009년과 2022년을 비교하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하나하나 짚어보면 새삼스럽지만 너무 많은 점에서, 놀랄만큼 세상은 변했다. 

아바타가 나비족이라는 고귀한 야만적 설정과, 나비족을 구하는게 어설픈 백인 메시아라는 서사에 불과한 한계를 덮을 만큼, 2009년의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스마트폰의 효시라는 아이폰이 막 출시된 그 때, ‘가상과 현실의 완벽한 동기화’라는 시대와 인류의 미래를, 아름답고 스펙터클한 영상을 통해 예언했다. 

 


그러나 <아바타2>가 나오게 된 2022년은, 2009년과는 너무 많이 다르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2> 공개를 너무 뜸들였던 것인가. <아바타2>는 또 어떤 미래를 보여주는가. 기대감들 사이로, 이미 개봉 직후부터 제작사인 디즈니의 주가가 폭락했다거나, 거장의 범작이라는 비판,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의 흥행 부진 소식도 쏟아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2009년과 다르게, 지금 우리는 이미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세계에 살고 있다. 당시 아이폰의 위상은 지금의 메타 퀘스트 시리즈라는, 가상과 현실의 동기화를 구현한 XR기기로 이어진다.

가상과 현실의 만남이라는 메타버스적 관점에서 보면, <아바타1>과 <아바타2>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아바타>가 인간세계와 나비족의 세계를 대비하면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면, <아바타2>는 나비족의 판도라 행성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실 인간세계가 현실이고 나비족의 판도라행성이 가상은 아니다. 인간 기준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판도라라는 가상의 현실세계에 진입하는 컨셉이다. 1편이 인간 기준으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었다면, 2편은 나비족 기준으로 현실의 세계에서 가상과 현실이 만나는 것이랄까. 가상과 현실이 서로 병렬관계에서 융합의 단계로 나아간 컨셉이라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변화의 급물살이 몰아치던 13년 전 그 무렵의 충격을, 지금의 <아바타2>가 이어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미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어쩌면 우리 상당수는 지금도 현실보다 가상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아바타가 가리키는 먼 미래에, 이미 우리는 와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1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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