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우리나라 겨울날씨는 삼한사온으로 대표된다. 매서운 칼바람도 3일만 견디면 온화한 4일의 날씨가 웅크린 어깨를 펴게 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영 제멋대로다. 지난해 11월 중순까지도 낮에는 영상 20℃ 가까운 지나치게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하룻밤 사이 10~20℃까지 떨어지는 롤러코스터급 기온변화로 널을 뛰었다. 강추위가 2주간 이어져 곳곳이 꽁꽁 얼어붙었고, 크리스마스 무렵 제주도와 서해안 지역에서는 폭설로 인해 비행기와 차량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겨울이 오면 꼭 챙겨야할 것이 동파사고 예방이다. 건물 밖에 노출된 수도꼭지는 물이 계속 졸졸 흐르도록 틀어둬야 한다. 겉으로는 꽁꽁 언 것으로 보이는 강물의 경우 얼음 아래 속 물줄기가 계속 흐르는 덕분에 얼지 않고 겨울을 지난다. 아무리 가는 물줄기라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는, 그래서 극강 한파에도 얼지 않는, 스스로 여여(如如)한 힘을 보며 우리는 교훈을 얻는다. 이는 2,130여 일, 목탁과 독경, 기도 소리가 하루도 멈춘 적 없는 작은 천막 하나가 6번째 겨울을 얼지 않고 지나온 힘과도 닮았다.

진밭평화교당이 자리한 곳은 바람 멈추는 날이 드물다. 겨울밤, 홀로 적공의 시간이라도 보낼라치면 밤새 울어대는 바람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동무가 된다. 그래서 영주와 참회게를 외는 소리에 절로 운율이 생기기도 한다. 매일 새벽, 어둠이 가시지 않은 소성리 마을회관에 모인 사람들이 선 요가와 아침기도를 할 때도 겨울 찬바람 탓에 입은 얼얼해지지만 저절로 외워진 영주를 다 같이 독송하노라면 평화한 마음만큼은 얼지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걸어온 시간들, 우리는 조금씩 스스로 평화가 되어감을 느낍니다. 힘겨운 시간이지만, 그렇기에 함께 해주시는 부처님들의 은혜에 더욱 깊은 감사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진밭 100일 릴레이 평화기도문)”들이 켜켜이 쌓였다. 

그렇게 ‘천일의 적공’을 지나 ‘평화시민과 함께 하는 진밭평화 2000일’과 더해져 ‘진밭 100일 릴레이 평화기도’로 새해를 맞았다. 100일 릴레이 평화기도는 원기107년 10월 10일 결제식 이후 재가출가 교도들이 번갈아 주례를 자청하며 ‘스스로 평화가 되어 가는’ 중이다. 올해 1월 1일 84일째 릴레이 평화기도에는 소성리 평화지킴이로 인연을 맺은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신입 교도들과 주민 9명이 진밭천막교당을 가득 채웠다. 

‘함께 기도 올리는 우리들의 평화가 소성리의 평화가 되게 하시고, 소성리의 평화가 한반도와 더불어 폭력과 분쟁으로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의 평화가 오도록’ 간절한 마음을 모은 기도는 1월 17일 해제식까지 이어진다.

“‘평화한 마음을 놓지 말라. 평화를 먼 데서 구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내 마음 가운데서 먼저 구하라. 어떠한 난경에 들었다 하여도 평화한 심경을 놓지 아니하여야 앞으로 세상에 평화를 불러오는 주인이 되리라’는 정산종사 말씀 따라 동지 부처님들과 함께 내가 먼저 평화의 주인공이 될 것을 서원”하는 평화 물줄기는 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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