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소장
이준원 소장

 

[원불교신문=이준원 소장]  지수화풍 사대(四大) 중에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람은 텅 빈 기운, 공기(空氣)다. 인류의 신화에 바람의 신, 풍신(風神)이 등장한다. 단군신화에서는 환웅의 부하 중 풍백(風伯)이 운사, 우사보다 격이 높다.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아몬(Amon)은 신들의 왕이며, 인도 신화에서 바유는 프라나(숨)로 정(精)과 신(神)의 매개체다.

바람에는 다섯 가지 덕이 있다. 1) 봄에는 씨앗이 자라게 하고, 가을에는 곡식이 여물게 한다. 2) 식물의 씨앗이 바람에 날려가 번식하여 지구를 푸르게 한다. 3) 지열, 수력, 화력 발전과 더불어 풍력 발전으로 청정에너지를 준다. 4) 바다와 육지를 오고가며 지구 온도를 조절한다. 5) 시인에게는 영감을 준다. ‘바람의 경전’, ‘바람의 노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등.

바람이 분다 산에도 하늘에서도/바람이 분다 들녘에도 강에서도/실바람 된바람 왕바람 싹쓸바람/샛바람 마파람 갈바람 높새바람/바람이 분다 오장육부 몸속에서/깊게 들이키어 실처럼 내보낸다/광대패 소리꾼 팔도유랑 흥타령/황토흙 서린 혼불씨앗 되살린다/바람에 풍향계가 돈다. 화살 위 수탉이 운다. 이제 살아봐야겠다. 

영혼의 순례길,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타임머신, 세월 강물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한 소년이 구름을 본다.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바다 바람에 들깨 농사 임자도(荏子島)로 간다. 새끼섬 ‘타리’에 민어 파시(波市)가 열렸다. 타리 파시다. 스무 살 갓 지나 보이는 한 청년이 생필품을 판다. 많은 어부들이 너도나도 물건을 산다. 

언제부터인지 세상인심이 각박해졌다. ‘나도 살고 너도 살고’가 아니라 ‘나부터 살고보자’다. 칼바람 세파(世波)에 헬조선이 됐다. 물질의 빈부차로 분열되며 너도 나도 마음이 가난해졌다. 가정도, 학교도, 정치도 종교도 희망의 바람이 불지 않는다. 물질은 비록 가난했으나 따뜻한 인정을 주고받던 그 시절이 그립다. 

“이 마음이 영생토록 가게 하소서.” 서원이 굳건해야 신앙의 뿌리가 심지(心地)에 내린다. 신앙의 뿌리가 깊어야 수행의 샘이 마르지 않는다. 특별한 믿음, 특신(特信)에서 신분의성(信忿疑誠)이 진행된다. 거친 풍랑(風浪)이 노련한 선장을 만든다. 소태산이 창립한 회상은 ‘동남풍의 양생소(養生所)’다. 바람아 불어라! 훈훈한 동남풍아 불어와 다오.

[2023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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