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보약도 체질과 상태를 살펴서 써야 한다. 인삼이 양기를 보강하는 보약이라면, 숙지황은 음기를 보강하는 보약이다. 양기는 자동차의 가속기와 같고, 음기는 브레이크와 같다. 차가 잘 나가지 못하듯 몸이 가동이 잘 안 될 때 인삼을 쓴다. 반대로 차가 잘 서지 못하고 질주하듯 몸의 에너지 조절이 안 되면 숙지황을 쓴다. 숙지황으로 음기를 보강하면 에너지 사용이 조절되어 영양물질이 풍성해진다.

이처럼 양기가 허한 사람에게 쓰는 약과 음기가 허한 사람에게 쓰는 약은 다르다. 또 기가 약한 사람은 보기약, 혈이 허한 사람은 보혈약을 쓴다. 그래서 맥으로 기를 살피고, 망진(시각적 진찰)으로 혈색을 살피는 것이다. 사람의 진찰이 한의사에 따라 편차가 큰 문제가 있으므로, 맥진기와 안면 진단기로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여기에 한의사의 식견으로 종합적 판단을 하는 것이다.

오장육부의 어디가 허한가를 살피는 것도 보약을 지을 때 꼭 거치는 과정이다. 똑같이 피로가 심한 사람이라고 해도 폐가 약해서 피로가 오는 사람이 있고, 비위의 소화력이 약해서 피로가 오는 사람이 있다. 또 간이나 신장이 허해서 피로가 심한 사람도 있다. 오장육부의 어느 부분이 허한지를 잘 진단해야만 거기에 맞는 정확한 보약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보약을 쓰는 것은 질병 치료약을 쓰는 것보다 어떤 점에서는 더 어렵다. 질병이 있는 사람은 질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 때문에 어느 부분의 문제인지를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저 기력이 없고 피로한 사람은 정말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생리 상태를 면밀히 진단한 다음에야 보약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보약일수록 더 정밀한 한의사의 진단을 통해서 처방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보약을 포함해 한약은 반드시 정밀한 진단을 통해 처방을 받아야 한다. 현대과학과는 다르지만 한의학은 훌륭한 학문체계를 완비한 의학이다. 거기에 요즘 발전한 과학적 연구 성과도 함께 활용한다면 금상첨화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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