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갱년기는 원래 여성의 폐경기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남성도 중년의 나이에 여성의 폐경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남성 갱년기란 말이 생겼다.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어든다. 에스트로겐은 월경 주기를 조절해서 난자를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이 일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남자는 폐경과 같은 급격한 변화는 없으나 역시 정욕이 줄어드는 등 생식 능력의 감퇴가 온다.

따라서 갱년기 몸의 변화는 난자, 혹은 정자의 생산이 필요 없어지는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난자와 정자는 내 몸의 정보를 압축해서 담은 매우 정미한 물질이다. 난자는 지름이 0.5㎜ 정도 되고, 정자는 길이가 0.05㎜ 정도밖에 안 된다. 이렇게 작은 물질에 수억 개의 유전자 정보가 들어있어 내 몸에 저장된 선조들의 정보와 후천적 정보들을 모두 자식에게 물려준다.

이러한 난자, 정자를 만드는 데는 엄청나게 정밀한 공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자의 ‘정’은 정미할 정(精) 자다. 한의학에선 난자와 정자를 모두 정(精)으로 본다. 이러한 정을 만드는 메커니즘은 우리 몸에서 어떤 영양물질을 만들거나, 피와 근육을 만드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마치 책상이나 냉장고를 만드는 일보다 반도체를 만드는 일이 더 정교한 작업인 것과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3나노 반도체 개발에 먼저 성공했다. 그러자 대만의 경쟁업체가 2나노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노미터는 1㎜의 백만분의 1 크기인데 반도체를 그렇게 작은 크기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 크기가 작을수록 발전된 기술이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대표적 기기인 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무전기만큼 컸다. 이후 크기가 작아지면서 성능은 스마트폰으로 진화했고, 지금은 옛날 컴퓨터보다도 더 성능이 좋다. 그만큼 작은 크기에 반도체를 담는 압축 기술이 좋다. 그러나 정보의 양으로 본다면 반도체는 아직 난자나 정자의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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