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수]  2023년 새해에 다시,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이렇게 빨리 변화하고, 모든 것들이 벽을 허물어 가며 만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어떤 용어든 명확하게 정의한다는 게 점점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정의를 내리는 것은 담론의 종결이라기보다는 담론의 시작을 위한 것일 수 있겠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역시 최근 2~3년 동안 모든 인류에게 가장 많이 언급된 용어 중 하나지만, 어원이 담긴 소설이나 주로 기술적인 접근, 또는 사분면으로 표시된 최근 트렌드의 종합 정도로 논의되어 왔다.

필자도 다양한 방식으로 메타버스의 정의를 내려보지만, 지나칠정도로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두를 충족시키는 정답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메타버스에 관해 위키백과를 찾아봤다. 앞 꾸밈말들이 좀 있지만, 볼드체로 표시한 부분은 이렇게 돼있다. ‘가상공간에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

개인적으로, 이 정의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에 현실을 옮겨서 구현하는 시스템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VR(가상현실)이라고 불러왔다. 이 VR이 메타버스와 동일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가상공간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라는 표현도 다소 적절하지 않다. 가상에서는 먹고, 싸고, 자는 일들만 빼고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앞서 전제했듯 모두를 만족시키는, 모든 의미를 담는 정답으로서의 정의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맨 끝의 ‘…시스템’이라는 말 역시 조금 어폐가 있어 보인다. 그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몇 가지 핵심적인 특성을 다시 살펴보면서 정의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핵심적 특성 중 네 가지는, 한 글자씩 따서 ‘중.생.공.즐’로 표현해볼 수 있다. 가상과 현실의 중첩, 생체 동기화, 공동 창작, 그리고 함께 즐기는 라이프-테인먼트적 속성이다.

가상과 현실은 지금보다 더 밀접하게 중첩될 것이고, 거기에 생체(몸과 마음)까지 동기화되고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이미 만들어진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창작의 공간이다. 또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뿐 아니라 삶 전반을 즐겁게 하고, ‘나를 나답게 현실을 더욱 현실답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의 기술이며, 공간이자 문화다. 

앞으로 필자는 이 네 가지 특성을 기반으로 메타버스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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