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지금, 메타버스는 무엇인가. 2020년 언급되기 시작한 초기 메타버스로부터 진화한 오늘날의 ‘메타버스’의 핵심적인 특성은 무엇인가.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서 중(가상·현실중첩), 생(생체동기화), 공(공동창작), 즐(라이프-테인먼트)로 제시한 네 가지 특성을 하나씩 풀어본다.

먼저,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의 중첩이다. 그럼 현실은 무엇이고 가상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현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물리적인 시공간, 그리고 존재의 총합이다. 그러나 현실은 에고(Ego)가 그려내는 세상이라는 표현도 있고, 그래서 현실은 마치 VR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바라보는 세상과 같다고도 한다. 유식학에서처럼, 그저 우리 의식작용의 결과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현실은 우리의 오감 또는 여섯 가지 식작용(六識)에 의해 포착된다. 현실이 항상 진실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가상이란 무엇일까. 가상이라는 시공간이 과연 VR이라는 기술 이후에 등장한 것일까? 필자는 ‘그것이 언제든 인류의 탄생 무렵부터 가상과 현실은 공존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가상은 인간이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든,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욕망이든, 그 모든 상상력과 일탈의 시도가 아닐까. 또 어쩌면 그 가상과 허구의 상상력이 지금 인간의 문명을 낳았을지도 모른다.
 

현실이 물리적 시공간이고, 가상이 현실을 극복하고 확장하려는 상상력의 세계라면,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비와 장자 사이를 넘나들며 노닐던 장자의 스케일이 이 시대 인류들에게는 기술적인 도움으로 구현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가상의 세계에 현실을 투영하거나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고, 현실의 세계에 가상을 덧입히려는 시도 역시 병행돼 온지 오래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시대가 이 VR-AR 시대와 좀 다르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제 구체적으로 가상과 현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연계-융합-상호확장-시너지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구현하는 가상과 현실의 중첩은 줌(Zoom)과 같은 온라인적 시도와는 구별된다. 지금의 줌은 오프라인의 보조적 역할로, 회의, 강의 환경을 온라인으로 옮겨서 적용하는 툴(수단)이다. 반면 메타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뒤섞는다. 아바타가 현실의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공간도 만든다. 가상과 현실의 중첩이 고도화되면, 생체가 결합된다. 그것이 바로 다음 글에서 이어 얘기할 ‘생체동기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2월 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