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반도체를 작은 공간에 압축해 넣는 것은 현재에도 가장 정밀한 기술이다. 그처럼 난자와 정자를 만들고 운용하는 일은 인체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가장 정밀한 기능이다. 이 두 가지는 작은 공간에 많은 정보를 압축해 넣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인체 작용이 약해진다는데에서 갱년기의 증상을 이해해야 한다.

갱년기의 대표적 증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열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고, 땀이 난다는 것 등이다. 이 증상들은 모두 자동차의 가속기를 밟을 때처럼 몸에서 기의 사용을 가속할 때 나타난다. 기를 압축하는 능력이 약화됨으로써, 에너지가 밖으로 그냥 발산돼 버리는 현상인 것이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과, 얼굴에 열기가 오르는 것, 땀이 나는 것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기가 움직이며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골다공증도 생긴다. 뼈가 몸의 가장 안쪽에서 물질을 압축해 만들어지는 단단한 구조물임을 생각하면 이 또한 당연하다. 모두가 화학적으로는 별개의 경로를 거쳐 일어나는 별개의 증상이지만, 물리적 통찰로 살펴보면 모두 같은 방향의 변화임을 알 수 있다.

잠을 잘 못자거나, 잠이 줄어드는 것도 이 시기의 대표적 증상이다. 기의 발산 작용이 강해지면서 밤에 쉬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건망증도 생긴다. 기의 안정이 깨지면서 마음이 같이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육체적 변화는 정신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를 압축 저장하는 능력의 일부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면 여러 방면에서 우리 몸의 균형 상태가 깨진다. 전체적으로 기의 정리, 저장이 안 되고 발산돼 버리는 현상들이다. 그리고 기의 압축 능력과 연관되는 여러 기능들이 함께 퇴화된다.

하지만 폐경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은 새로운 평형 상태를 이루게 된다. 그때까지 몇 년간 일어나는 여러 증상을 ‘갱년기 증상’이라 한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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