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지난 글에서 중(가상·현실중첩), 생(생체동기화), 공(공동창작) 즐(라이프-테인먼트)로 제시한 네가지 특성 중 오늘은 세 번째 특성인, 공(공동창작 또는 대중창작)을 살핀다.

창작이라는 표현은 다소 예술적인 영역과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인문적으로 풀어보면, 집단지성 또는 융합지성과 관련이 된다. 그리고 종교적으로 풀어보면 대중각성 또는 원불교 교리의 처처불상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중이 함께 각성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천여래 만보살’의 세상에 대한 가능성도 이곳에 포함된다.

예술 또는 콘텐츠적 관점에서 최근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은 인간들 사이 또는 인간과 AI 사이의 협업을 통해, 누구나 창작의 영역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DeepAI, 미드저니, DALL·E 2 등, 다양한 ‘그림 그려주는 사이트’들도 생겨났고, 이미 인공지능에 의해 그려진 미술 작품이 고가에 팔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023년 메타버스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주목되는 ‘공동창작’은 AI의 발전에 의한 대중의 주도적 창작 또는 공동창작을 포함하면서 예술의 본질 자체에도 큰 화두를 던진다. 
 

예술을 단순히 미적 쾌감과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특히 현대예술의 영역에서 많은 도전을 받아왔다. 마르셀 뒤샹은 변기를 전시장에 걸면서 예술과 비예술(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앤디워홀은 예술의 오리지널리티(독창성)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넷플릭스에 ‘오징어게임’이 공개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로블록스에는 천여 개의 오징어게임 2차 창작이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AI와 메타버스는 점점 더 일반대중들을 창작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예술작품이 가지는 메시지 또는 완결성도 공동창작의 시대에 새로운 접근이 시도된다. 작가가 작품을 완성시키지 않고 향유자와 함께 만든다든지, 향유자의 참여 결과에 더 비중을 두기도 한다. 

챗GPT가 크게 화제 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도 다소 누그러지고, NFT에 대한 관심은 그보다 더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연계시키고, 생체를 결합하는 시도이고, NFT는 그 연계공간에서 활동하고 창작하는 결과물, 또는 인증시스템이다. 

또한 AI도 메타버스가 연계시킨 현실-가상-생체의 영역에서 우리 일상의 전기와 같이 흐르면서 작동시키는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 ‘공동창작’은 가치창출과 맞물려 메타버스를 더 즐겁고 생산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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