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윤덕균

일원 12상(진공 상): 
원불교의 신앙은 공(空)에서 출발한다.

〈팔만대장경〉을 하나의 경으로 줄이면 〈금강경〉이고, 〈금강경〉을 한 장으로 줄이면 ‘반야심경’이며, ‘반야심경’을 한 글자로 표시하면 ‘공’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을 바꿔서 하면, 곧 〈팔만대장경〉을 ‘공’으로 축약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현재 주로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수천 년 전 인도에서 나왔다. 그런데 ‘비었다’는 의미의 제로, 즉 ‘0’이 나타난 것은 비교적 근세의 일이다. 서기 628년 인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브라마굽타가 천문학책에 쓴 숫자 ‘0’이 현대적 의미로 사용한 최초의 숫자 ‘0’의 기록이다. 

‘0’에는 세 가지의 역할이 있다. 
① 아무것도 없는 상태, 즉 ‘무(無)’의 의미 ② 비어 있는 공의 자리 ③ 연산의 기능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치고는 신비한 것이 있다. 바로 ‘공’을 나타내는 ‘영’이 곧 ‘일원상’이라는 점이다. 영 또는 공을 삼각(△)이나 사각(□) 또는 별(☆)로 표시할 수도 있는데 일원상(○)으로 표시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진리계의 필연적인 조화라고 해석할 수밖에 길이 없다. 
 

 

일원 13상(원만 상): 
원불교는 원만의 종교다.

우리 〈성가〉 중에 “찼다면 다북차고 비었다면 텅비어서”라는 가사가 있다. 여기에서 ‘텅 빈’의 상징이 일원인 것과 마찬가지로 ‘다북찬’의 상징 또한 일원이다.

‘다북 찼다’는 말의 의미는 ‘원만’인데, 영어로 하면 ‘All right’이다. 미국인들은 이를 ‘OK’라고 하고, ‘OK’를 표시할 때 엄지와 검지로 일원을 그린다. 원격으로 ‘OK’를 표시할 때는 머리 위로 일원을 그려 ‘OK’를 표시한다. 이처럼 일원상은 원만의 상징이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을 의미할 때는 십자가를 그려 ‘X’를 표시한다. 가까이 있을 경우는 두 개의 손가락으로 ‘X’를 만들고, 멀리 있을 때는 두 팔로 ‘X’를 그려 부정을 표시한다. 

경영에서는 완벽성(원만구족 성)을 평가하기 위해 레이더 도표를 사용한다. 레이더 도표는 어떤 측정 목표에 대한 평가항목이 여러 개일 때 항목 수에 따라 원을 같은 간격으로 나눈다. 중심으로부터 일정 간격으로 동심으로 척도를 재는 칸을 나누어 각 평가항목의 정량화된 점수에 따라 그 위치에 점을 찍고, 평가항목 간 점을 이어 선으로 만들어 항목 간 균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도표이다. 여러 측정 목표를 함께 겹쳐 놓았기 때문에 비교하기에도 편리하다. 각 항목 간 비율뿐만 아니라 균형과 경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레이더 도표는 신문과 잡지 등에서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특히 인생 상담사들의 인생 평가 방식에 사용된다. 인생의 핵심가치와 목표를 직장/사업, 가족/친구, 경제 사정, 로맨스/친밀한 관계, 건강/자기 관리, 사회활동/여가, 개인적/정신적 계발, 주변 환경 등 8개 분야로 나눠 이를 10단계로 점수 매긴 후, 이를 레이더 도표로 만들어서 보면 개인의 인생 설계의 장단점과 균형을 쉽게 알 수 있다. 

레이더 도표는 레이더의 표시장치와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레이더 도표의 완벽성 척도를 일원성에서 찾는다. 레이더 도표가 완벽한 일원을 그렸다면 완벽한 것이고, 찌그러진 원이면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3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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